[프로야구] 용병 이탈에 마찰까지… 독수리 추락의 끝은

입력 2016-09-29 20:45 수정 2016-09-30 00:45
꼬일 대로 꼬였다. 이제 한 번의 실수로 가을야구의 당락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왔다. 그런데 벼랑 끝에서 외국인선수들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얘기다.

한화의 성적은 29일 현재 62승3무74패(승률 0.456)다. 순위는 이미 꼴찌를 확정한 kt 위즈 바로 위다.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한 번만 져도 포스트시즌으로 진출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 자력진출은 무산된 지 오래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5위 KIA 타이거즈가 1승만 올리면 정규리그에서 시즌을 마감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출전 자격을 얻어 가을야구행 막차로 올라탈 수 있는 5위를 잡기 위해 마지막 순위싸움을 벌이는 하위권에서 벼랑 끝에 가깝게 놓인 팀이 바로 한화다. 포스트시즌 진출보다 현실적인 목표로 지난 시즌에 근접한 순위(6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끈기와 집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정작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국내 선수들과 다르게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다음 시즌까지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외국인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강타자 윌린 로사리오(27)는 사실상 시즌을 마감했다. 김성근(74) 감독은 “로사리오의 손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 며칠간 출전할 수 없다. 차라리 젊은 선수들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로사리오는 왼쪽 손바닥 염좌로 지난 27일부터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다. 지금은 대전에서 재활과 휴식을 병행하고 있다.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치면 조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로사리오는 올 시즌 한화가 배출한 최고의 외국인선수다. 127경기에서 158안타(33홈런) 120타점 타율 0.321을 작성했다. 김태균(34)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한화의 공격을 책임졌다. 로사리오를 향한 일본의 러브콜은 당연한 결과였다. 일본 최고 부자구단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거액을 들고 로사리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잔류를 원하는 한화 입장에서 로사리오의 출국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로사리오가 다음 시즌 떠날 가능성까지 겹치며 어수선한 한화의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김 감독과 투수 에릭 서캠프(29·미국) 사이에선 파열음이 새어나온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긴급 공수했지만 기대와 달리 부진했던 서캠프는 시즌 후반 한화의 애물단지였다.

김 감독은 지난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게 얻어 맞는다. 자존심이 강해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다.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캠프는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77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다. 2011년 데뷔한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6월까지 활약했다. 52경기 중 16차례 선발 등판했고, 4승8패 평균자책점 6.68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입단한 한화의 마지막 반격카드로 기대를 받았지만 2승5패 평균자책점 7.05로 부진했다.

가장 최근 등판했던 지난 25일 SK 와이번스 원정경기(4대 9 패)를 앞두고 “오랜만의 선발이니 60개만 던지겠다”고 통보하는 기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서캠프는 이 경기에서 1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4실점하고 패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