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0일 용산 국제빌딩 제4구역 망루에서 진행된 강제철거 반대 시위를 경찰이 강제 해산하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당했다. 용산참사였다. 이후 서울시가 세입자 이주대책 등 제도를 보완하고 사전협의 절차를 도입했지만 무악2구역(옥바라지) 재개발, 월계2구역(인덕마을) 재건축 등 이주에 따른 갈등은 계속됐다.
이에 서울시는 29일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퇴거와 그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겠다고 선언하고 사업계획, 협의조정, 집행 등 3단계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구역 지정 시 노후도 같은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권까지 고려하는 한편 사전협의 시점을 앞당기고 구청장이 적극 분쟁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우선 사전협의체 제도를 당초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보상금액이 확정되기 전인 ‘분양신청완료’ 시점으로 앞당겨 운영한다. 조합과 세입자가 충분히 사전에 협의하고 최대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동안 보상금액이 결정되고 이로 인해 사업 당사자 간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관리처분계획 이후에 사전협의가 진행되다보니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사전협의체는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 5명 이상으로 구성되며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최소 5회 이상 대화를 거치도록 한 제도다.
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를 기존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변경하고 민간 전문가를 새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또 구청장에게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직권상정 권한을 부여해 협의체에서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적극 분쟁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25개 자치구에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두었지만 분쟁 당사자가 신청할 때만 열리기 때문에 그동안 운영이 저조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관리처분 인가 이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에서는 공공의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현재 서울 시내 이주단계(관리처분인가∼착공전) 사업장 총 45곳에 대해서는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미이주 세대를 중심으로 이주·철거 절차를 안내하고 사전조정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이 있는 경우에는 감독 공무원을 현장에 입회시켜 재판부 명령에 따라 현장사무를 대리하는 집행관이 아닌 조합측 고용인력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위법 행위는 고발조치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람은 결코 철거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강제퇴거는 편의가 아니라 최종 수단이 돼야 한다”며 “용산참사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차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사전협의 없는 강제철거·퇴거’ 막는다
입력 2016-09-29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