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준야 日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 “일본내 한국에 대한 여론 심각… 관계회복 쉽지 않아”

입력 2016-09-30 04:05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이 28일 게이오대에서 한·일 관계 전망과 양국 국민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인 니시노 준야 정치학과 교수는 28일 도쿄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여론악화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며 “예전의 좋은 관계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니시노 소장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세종연구소 주관으로 마련된 공동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하면서 “연말에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여론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일본 방문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교수인 니시노 소장은 한·일 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한국 미국 북한을 활발히 오가며 동북아 외교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함께 4년째 한·일 국민여론 추이를 조사하고 있다.

니시노 소장은 “한·일 관계가 지난해 12월 일본군위안부 합의 이후부터 일부 개선될 기미를 보였지만 구체적 내용에는 일본에서 반대 의견이 여전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10일자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일본군위안부 재단 10억엔(약 110억원) 출연에 일본 국민의 51%가 반대했고, 찬성 의견은 38%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인 대다수는 일본군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일본인은 ‘위안부 문제로 여러 번 사과했는데 왜 사과하지 않았다고 하느냐’ ‘아무리 사과해도 한국은 역사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다’ ‘한국은 결국 중국에 경도될 것이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은 잘 지낼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일반 국민뿐 아니라 지식인 사이에도 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니시노 소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을 언급할 때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표현 대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라고 (격하시켜) 표현한 것 역시 일본 내 반한감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미·일동맹이 대등한 동맹이 되는 쪽으로 계속 발전 중”이라고 미·일 관계를 평가했다. 또 “일본의 존재감이 커지는 방향으로 일본은 미·일동맹을 격상시켰고 미국은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중·일 관계와 관련해선 “중국과는 안 좋은 게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져 관리는 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적어도 요즘 한·중 관계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니시노 소장은 4년 전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이 최근 다시 논의되는 분위기와 관련해 “한국의 태도가 예전보다 많이 진전된 것으로 안다”면서 “박 대통령이 결심을 하면 머지않아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는 “아직 뭘 개정할지도 논의가 안 됐다”면서 “논의가 돼도 개헌을 하자는 여론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글·사진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