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하임 퇴임 5년 만에 오스트리아 대통령 당선

입력 2016-10-01 00:02 수정 2016-10-01 11:14

오는 12월 31일 퇴임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 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은 역대 사무총장 7인의 퇴임 후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역대 총장 중 2명이 퇴임 후 대권에 도전해 1명이 당선됐다.

1946년 초대 총장으로 선출된 노르웨이의 트리그브 할브단 리는 냉전이 한창이던 1953년 구소련의 압박으로 재임 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이라는 말을 남긴 리 전 총장은 유엔을 떠난 뒤 고국에서 오슬로 주지사, 산업부 장관을 지내며 오랜 기간 정계를 지켰다.

2대 총장에 오른 스웨덴 외교관 출신 다그 함마르셸드는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반 총장이 존경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함마르셸드 전 총장은 1961년 콩고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순직했다.

미얀마 출신의 3대 총장 우 탄트는 미국과 구소련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특유의 균형 감각을 발휘해 세계평화에 일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우 전 총장은 퇴임 후 미국 아들라이 스티븐슨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저술 활동에 힘썼다.

1972년 4대 총장으로 선출된 쿠르트 발트하임은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출신 대통령이다. 대선 패배 경험이 있는 발트하임 전 총장은 퇴임한 지 5년 만인 1986년 고국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나치 장교로 근무한 전력이 있다는 ‘발트하임 사건’이 불거지면서 미 정부로부터 입국금지를 당하는 등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1982년부터 10년간 재임한 5대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전 총장 역시 퇴임한 지 4년 만인 1995년 페루 대선에 출마했으나 알베르토 후지모리 당시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후 총리와 프랑스대사를 역임하며 정치권에 머물렀다.

이집트 출신의 6대 총장 부트로스 갈리는 1996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역대 사무총장 중 유일하게 재임에 실패했다. 이후 프랑스어권 국가의 결속을 목적으로 창설된 국제프랑코포니 초대 사무총장, 이집트 국가인권위원장 등 비정부기구(NGO)에서 주로 활동했다.

2006년 퇴임 직후 고국 가나에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등 정치권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7대 총장 코피 아난은 결국 정치인의 길을 걷지 않았다. ‘더 공정한, 더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코피아난재단을 설립한 뒤 시리아 내전 등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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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