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자중지란] 이정현의 오버?… 당내 의원들 '비토'에 콩가루

입력 2016-09-29 00:00 수정 2016-09-29 00:56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김지훈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즉흥적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만이 높다.

이 대표는 28일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압박에 ‘국감 보이콧’ 중단을 전격 선언했지만 되레 투쟁 수위만 높여 놓았다. 이 대표 단식농성에 동참하는 ‘릴레이 단식’을 진행키로 하는 등 대야(對野) 투쟁은 다시 불붙은 모양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단일대오를 흐트러뜨렸다는 불만이 나왔다. 오락가락 결정으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투 톱’ 공조에 금이 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당론 이탈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며 전열을 가다듬은 직후 이 대표가 이를 뒤엎는 ‘국감 참여’를 정 원내대표와 상의 없이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집권여당 수장의 깜짝 선언을 의원들이 ‘비토’한 꼴이 됐다. 이 대표의 의견에 반대한 의원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과를 거부한 마당에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는 이유를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국민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여당을 자극했다.

이 대표가 내년 대선까지 겨냥한 거야(巨野)의 공세에 직면한 상황에서 설익은 결단을 내놨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밖에서 보기엔 당대표 제안이 의원들에 의해 거부됐으니 콩가루라는 말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단식 선언 때에도 당내 의견을 충분히 묻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의원도 “이 대표의 결정은 독단적이었다”며 “투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타이밍이 아니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29일 정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면서 압박 강도를 한껏 높이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원내대표와는 여전히 호흡이 잘 맞는다”며 “(국감 참여 결정은) 의원들이 할 일을 못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정 의장의 이른바 ‘맨입’ 발언을 거론하며 “국회의장이 중립(의무)을 포기하고 파행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또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단식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바람을 피웠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그런데 제대로 입증된 게 있느냐”고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제기했던 야당을 맹비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선 “김대중정권 때도 대북 물자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전경련이 신속하게 돈을 걷어 사회공헌활동을 했다”며 “세월호 때도 거의 900억원 모금을 금방 했다고 한다”고 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선 “우리 대통령은 (우 수석을) 갈기는 분명히 갈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무릎을 꿇리려 한다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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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