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8일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 투쟁 노선을 놓고 하루 종일 진통을 앓았다. 단일대오 균열이 감지되자 지도부는 “당론 거부 시 징계하겠다”는 경고장을 날렸고, 이정현 대표가 갑작스러운 국정감사 참여 요청을 보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모두 한나절 새 연출됐다.
새누리당은 우여곡절 끝에 강경대응 기조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의원들이 릴레이 동조 단식을 진행키로 하는 등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자평도 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국감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집권여당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란만 더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오후 3시40분쯤 국회에서 열린 ‘정세균 사퇴 관철 당원 규탄 결의대회’ 연설 도중 돌연 국감 참여를 주문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와 일절 상의하지 않고 한 발언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오전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는 “의장부터 (법을) 짓밟는데 우리가 무슨 낯짝으로 국감장에 가서 (피감기관의) 잘못을 지적하느냐”고 말했었다.
정 원내대표는 “국감 불참으로 인한 여론에 부담을 느끼신 것 같다”고 했다. 보이콧 투쟁이 장기화할 경우 민생·안보 현안 주도권을 야당에 뺏길 수 있고, 돌발변수 발생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미 야당이 사회권을 쥔 상임위는 단독으로 회의가 열리고 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파상 공세가 이어지면서 “집권여당이 전혀 방어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탄대회가 끝나자마자 당은 대혼란에 빠졌다. 곧바로 비공개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의총에서는 이 대표 주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대표가 굶고 있는데 우리더러 어떻게 국감장에 앉아 있으란 말이냐”(김진태 의원), “오늘 기껏 투쟁했는데 내일 바로 국감장에 들어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권성동 의원) 등 보이콧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당원까지 불러서 투쟁하는 날 대표가 들어가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당의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의총 도중 국회를 나와 “국감 복귀는 해야 하지만 타이밍은 오늘이 아니다. 이 대표가 잘못 잡았다”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비슷한 취지의 발언이 계속되자 정 원내대표는 “복귀하지 않아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의원들은 박수로 동조 뜻을 보냈다. 의총은 오후 7시 넘어서까지 진행됐고 표결 끝에 의사일정 거부 투쟁 고수 방침이 확정됐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3∼4명이 ‘국감에 들어가면 좋겠다’ ‘이 대표 뜻을 좇아야 한다’ 등 의견을 냈지만 압도적인 표 차이로 현재 기조를 유지하자는 뜻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동조 단식 돌입도 선언했다. 김명연 이완영 등 재선 의원 20여명은 29일 오전 국회의장 공관을 찾아 시위하기로 했다.
이 대표의 깜짝 발언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분위기 다잡기에 나선 지도부 발언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혼란을 줬다. 규탄대회 직전 열린 의총에서 정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에 투쟁 방향을 일임해줬으면 그것이 당론이고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죽어도 따르지 못하겠다면 무소속으로 활동하라”며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돌출행동을 경고했다. 그는 “23일의 치욕을 갚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마당에 의원들이 생각이 없어서 말을 안 하고 자제하고 있느냐”며 “더 이상 당론과 괴리가 있는 일탈 모습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퇴로 없는 ‘강 대 강’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분열이 계속되면 투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강경 투쟁 회의론이 분출됐었다. 유승민 의원은 “‘의장 사퇴투쟁’은 계속 하더라도 다른 의원들은 국감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국감 복귀에 대한 공감대가 있지 않느냐. 전략적 사고를 통해 투 트랙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회주의를 지키자면서 국감을 거부하는 건 회사를 살리자면서 파업하는 것과 같이 모순된 것”이라고 했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조건”이라며 중재안까지 내놨다. 김영우 국방위원장도 국감 참여 입장을 꺾지 않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與,자중지란] 당내 강경기류에 굴복… ‘국감 복귀’ 취소
입력 2016-09-29 00:01 수정 2016-09-29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