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주 지진’ 11분 후 장관에 문자… 보고 체계 개편 시급

입력 2016-09-29 04:10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상황실에서 장·차관 등에게 지진 상황을 보고한 문자 메시지. 실제 지진 발생 시각은 20시32분이었다.최연혜 의원실 제공

‘20:35분경, 경주시 남남서 8킬로미터 5.8 규모 여진 발생-산업부 상황실’.

경북 경주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규모인 5.8 지진이 발생한 12일 오후 8시44분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진 문자메시지다.

지진은 오후 8시32분54초에 발생했다. 국민들에게 긴급안전재난 문자가 9분여 늦게 발송돼 질타를 받았는데, 원자력발전소 정책 주무부처인 산업부 관계자와 산하기관장들은 이보다 더 늦게 지진 문자를 받았다. 19일 4.5 규모 지진 때도 역시 11분 늦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최연혜 의원(새누리당)이 28일 산업부로부터 받은 지진 당일 상황실 업무보고 사항을 보면 산업부 장·차관은 물론 국·실장과 산하기관은 국민들보다 더 늦게 지진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국민 안전과 결부된 원자력 발전 시설은 물론 가스, 석유, 송유관 관련 시설 등을 관리한다. 산업부 자체 재난 매뉴얼에 따르면 기상청이 공식 지진통보문을 안전처에 보내면 안전처가 송출 대상 지역을 지정해 발송한다. 산업부 상황실은 안전처의 통보를 다시 장·차관과 국·실장, 산하기관 관계자들에게 보낸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계속 늦어지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안전처보다 방송 뉴스나 인터넷이 더 빠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산업부는 긴급에너지 지원, 전력·가스·석유 설비 등의 피해 상황을 파악해 초동대처해야 한다.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재난 상황 보고 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문자메시지로 1차 보고를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카카톡으로 보고한다. 최근 지진 때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가 불통한 사례가 있었다.

안전처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700㎒ 대역의 주파수를 할당받아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 중이다. 2025년까지 10년간 예산 2조원을 들여 전국에 기지국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망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재난 보고를 받아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창국 지진연구센터장은 “일부 기관장은 위급 상황에 대비해 자비로 별도 폰을 구비할 정도”라며 “핫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