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커지는데… 해법 없이 마주달리는 勞-政

입력 2016-09-29 00:00 수정 2016-09-29 01:10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파업동향 및 대응방안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갖고 ‘성과연봉제 도입 중단’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지훈 기자, 뉴시스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정(勞政)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노동계의 양대 조직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손을 잡고 대규모 ‘추투(秋鬪)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정부는 강경하다. “불법 파업”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 이기주의”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정부는 현대자동차 파업 장기화와 관련해 최악의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7일 파업에 들어간 철도·지하철·서울대학교병원 노조에 이어 28일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도 파업에 가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적으로 노조원 18만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당초 보건의료노조 소속 12개 병원이 파업에 참가할 계획이었지만 임금협상 타결, 노조원 반대 등으로 보훈병원과 근로복지공단병원만 파업을 시작했다.

노동계의 핵심 요구사항은 ‘성과연봉제 도입 중단’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지침’을 발표하고 국립병원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협업 시스템과 협력적 조직문화를 완전히 파괴하고, 부서 간 이기주의와 부서별 경쟁으로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환자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지하철노조는 성과연봉제 반대를 외치며 2일째 파업을 이어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철도노조의 파업 참가율은 41.0%다. 전날보다 6.6% 포인트 높아졌다.

여기에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기아차·삼호중공업·STX조선 등 13개 회사 노조도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원 8만5000여명(고용노동부 추산 8만1900여명)이 참여했다. 상급단체가 없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1만6000명(고용부 추산 2500여명)이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금속노조와 공동 파업을 한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조는 29일 민주노총과 연대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6만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는 정면대응 방침을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관계부처장관회의를 갖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파업은 해도 너무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이어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일터로 복귀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공정인사 평가모델 발표회’에서 “현대차 파업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모든 방안에 긴급조정권 발동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해 국민경제를 해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고용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발동되면 즉시 모든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나서서 노사 조정을 개시하고, 실패하면 중노위원장이 중재재정을 내릴 수 있다.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개별 노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노동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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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조민영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