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의 탈옥, 마지막 담장서 붙잡았다

입력 2016-09-28 21:30 수정 2016-09-29 01:18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9명을 연쇄 살인한 ‘희대의 살인범’ 정두영(47·사진)이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대전교도소에서 지난달 초 탈옥을 시도하기 직전 붙잡히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제2의 신창원’이 나올뻔 한 것이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 흉악범이 탈옥에 성공했을 경우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상황이었다. 교도소의 보안에도 큰 구멍이 뚫린 셈이다.

28일 대전교도소 등에 따르면 대전교도소에는 3개의 담장이 설치되어 있는데 정두영은 작업장 창문으로 철조망이 설치된 1차 담벼락을 넘은 뒤 사다리를 통해 2차 담벼락까지 넘었으나 3차 담벼락에서 교도관들에게 붙잡혔다.

철조망으로 된 첫 번째 담벼락은 모포 등을 던져 안전을 확보한 뒤 그곳에 사다리를 걸어 넘었고, 감지센서가 설치된 두 번째 담벼락도 사다리를 활용해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센서가 울리면서 탈옥 시도가 발각됐고, 5m 높이의 콘크리트로 된 세 번째 담벼락 앞에서 사다리가 휘어져 붙잡혔다. 교도소 담벼락은 수m 간격으로 삼중으로 설치돼 있다.

독방에 수감중이었던 정두영은 자동차 업체 납품용 전선을 만드는 작업실에서 몰래 탈옥 도구인 사다리(높이 4m)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 대전, 천안 등지에서 23건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였다.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등 잔혹한 범행으로 당시 밀레니엄에 들떠있던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평범한 인상과 왜소한 체격의 정두영은 평소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기도 했다. 첫 범행은 1999년 6월 2일 부산 서구 부민동의 부유층 주택가 가정집에 들어가 가정부를 머리와 얼굴을 가격해 잔혹하게 살해했으며, 2000년 4월에는 부산 동래구에서 철강회사 회장 등 부유층을 상대로 엽기적 살인 행각을 벌였다.

정두영은 금품을 훔치다 들키면 흉기나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목격자를 살해했고, 연쇄 살해 동기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해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잡힐 당시 죄의식을 전혀 못 느끼는 행동을 보여 더욱 충격을 줬다.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정두영을 모델로 삼아 범행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정두영은 2000년 12월 부산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하고 현재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법무부와 대전교도소가 한달이 지나도록 정두영의 탈옥 시도를 감추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대전=정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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