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 람블라 거리를 130여년간 지켜온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사진)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르셀로나 시의원 3명은 콜럼버스 동상 철거 제안서를 시의회에 제출키로 했다.
이들은 “콜럼버스 동상과 하단 장식이 식민 잔재이며 제국주의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바르셀로나 우체국 건물 외부에 세워진 노예무역상 안토니오 로페스 이 로페스와 후작 코미야스의 동상도 표적이 됐다. 대신 제국주의 저항의 역사와 희생자의 기록을 담은 기념물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국경일도 문제 삼았다. 시의원 3명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도착을 기념한 국경일 10월 12일을 평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들은 “국경일이 제국주의와 원주민 학살을 기념한다”며 비판했다.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은 지난해 국경일 퍼레이드를 두고 “학살을 기념하는 행사를 위해 매년 80만 유로(약 9억8000만원)의 예산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진보 인사를 중심으로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상 철거를 주장한 시의원들은 시립 건물에 국기를 떼어 내자고도 했다. 남부 도시 카디스의 시장이자 좌파정당 소속 포데모스 호세 마리아 곤살레스도 “대륙을 발견한 게 아니라 원주민을 학살하고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콜럼버스 동상은 높이 약 60m의 기둥 상단에 세워졌으며 오른손으로 바다를 가리키고 있다. 기둥 하단부에는 아메리카대륙 정복을 상징하는 장식이 있다. 브라질을 탐험한 비센테 야녜스 핀손과 콜럼버스를 지원한 페르디난트왕과 이사벨라 여왕도 새겨졌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동상 없애자”… 콜럼버스의 굴욕
입력 2016-09-28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