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특허권 4장(대기업 몫 3장)이 걸린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마감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구체적인 예상 부지를 공개하며 ‘면세점 3차 대전(大戰)’ 참여를 공식화했다. 특히 이번 면세점 입찰에서는 강남을 부지로 내세운 업체들이 많아 ‘강남 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던 호텔신라는 이번에도 합작해 서울 삼성동에 면세점을 추가 신청하겠다고 28일 밝혔다. 한인규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현대산업개발과 손잡는 게 맞다”며 “강북에 면세점을 하나 갖고 있으니 강남에 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해 7월과 11월에 이어 지난 6월 시내면세점 사업자 특허 신청 공고를 냈다.
HDC신라면세점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타워’를 면세점 2호점 입지로 확정하고 용산(HDC신라면세점)과 중구(신라면세점), 강남을 잇는 ‘듀티 프리 벨트’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산·중소중견기업 브랜드로 특화된 한류 허브 ‘K-Product 공유의 메카’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도 강남을 선택했다. 신세계그룹 면세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를 신규 면세점 후보지로 확정하고 특허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트럴시티 중심부에 면세점을 조성해 호텔인 JW메리어트호텔서울, 쇼핑몰인 파미에스테이션,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역 및 경부·호남고속버스터미널 등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에 리뉴얼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함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일찌감치 참여를 공식화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후보 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국내 대표 MICE 관광특구인 코엑스 단지 내에 있는 만큼 인근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등 인프라와 연계해 사업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과 손잡고 합작사 형태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단독 법인으로 입찰에 나선다.
기존 면세사업에서 강남은 관심 지역이 아니었다. 관광객이 한류 열풍이 거센 명동 등 서울 시내 관광지에 중심돼 있는 데다 강북 지역에 시내면세점 9개점 중 8곳이 위치해 있는 만큼 면세 쇼핑을 위해 강북 지역을 찾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압구정·청담 등 명품 쇼핑거리와 신사·가로수길 등 카페거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고, 성형외과 등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새로운 면세 관광 지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특허권을 잃으며 올해 영업을 종료한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워커힐점)는 재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SK네트웍스의 경우 최신원 사장이 이사회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드시 특허를 되찾아오겠다”고 밝히는 등 면세점 사업을 적극 챙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그룹 오너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악조건 속에 있지만 국내 면세 1위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특허를 획득해 반드시 월드타워점의 문을 다시 열겠다는 입장이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면세점 3차전 격전지는 강남… 호텔신라·신세계 출사표
입력 2016-09-2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