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도 ‘손샤인’이 대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을 쏟아내며 펄펄 날고 있는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이 이번엔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기쁨에 겨워 이렇게 외쳤다. “He’s on fire!(그는 불타오르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몰랐을 것이다, ‘손흥민 사용법’을 바꾼 효과가 이렇게 클 줄은.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힘키 아레나에서 열린 CSKA 모스크바와의 2016-2017 UCL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토트넘에게 UCL 첫 승리를 안긴 골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1승1패(승점 3)를 기록, 모나코(1승1무·승점 4)에 이어 조 2위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 손흥민은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원정경기 3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뽑아낸 골이 무려 5골에 달한다. 이쯤 되면 발목 부상으로 결장 중인 토트넘의 주포 해리 케인이 위기를 느낄 만도 하다.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인데, 여기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힌 것은 꿈같은 일이다.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계속 골을 넣고 있는데 운이 따라 주고 있는 시기이다. 앞으로도 최고의 경기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양 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손흥민은 양쪽 측면과 최전방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에 설 때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 손흥민을 백업으로 분류하고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활용했다. 손흥민은 리그 28경기에서 4골에 그쳤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번 시즌엔 손흥민에게 왼쪽 측면을 맡겼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 오른쪽 측면과 최전방 등에 배치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모스크바와의 경기 전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시켰다.
손흥민은 전반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에 시달렸다. 그러자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들어 손흥민을 오른쪽 측면으로 돌렸다. 절묘한 판단이었다. 상대의 수비에서 풀려난 손흥민은 과감하게 슈팅을 날리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22분 움직임이 좋지 않은 원톱 빈센트 얀센을 빼고 조르주 케빈 은쿠두를 투입했다. 그리고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손흥민은 후반 26분 에릭 라멜라의 침투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볼은 상대 골키퍼의 몸에 맞은 뒤 천천히 구르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현재 토트넘의 공격진은 정상 전력이 아니다. 케인은 발목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이번 시즌 합류한 얀센은 아직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인 손흥민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팀이 어려울 때 해결사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며 포체티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구단 트위터을 통해 “손흥민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그의 득점은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된다”며 “어려운 경기였지만 우리는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2014-2015 시즌 레버쿠젠에서 UCL 5골을 넣은 손흥민은 개인 통산 6호 골을 기록 중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 PSV 에인트호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기록한 5골(59경기)을 넘어선 것이다. 아시아 출신으로 UCL에서 가장 많은 골은 넣은 선수는 우즈베키스탄의 막심 샤츠키흐(38·은퇴)다. 그는 디나모 키예프에서 뛰면서 69경기에 출장해 23골을 넣었다. 만 24세인 손흥민이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UCL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손흥민은 10월 19일 열리는 원정 3차전에서 친정 팀 레버쿠젠(독일)을 상대로 UCL 연속 골에 도전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손’ 쓰는 법… 포체티노 이제 알겠지?
입력 2016-09-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