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치약으로 옮겨붙었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독물질이 아모레퍼시픽 치약에 함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일었던 ‘파라벤 치약’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되지 않은 물질이 함유돼 회수 조치한 것으로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 성분이 함유된 원료가 다른 제조사에도 공급돼 추가로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메디안후레쉬마린·메디안바이탈에너지·본초연구잇몸·송염본소금잇몸시린이·그린티스트·메디안바이탈액션·메디안바이탈클린·송염청아단치약플러스·뉴송염오복잇몸·메디안잇몸치약)에 함유된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환경부는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유해성을 인정했다. 2012년 9월 환경부 고시를 통해 CMIT·MIT를 유독물질로 지정·고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 물질은 미국, 유럽 등에서 치약 보존제로 쓰이고 있다. 안영진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치약이 화장품으로 분류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치약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있다”며 “CMIT·MIT는 의약외품에 허용된 보존제 3개에 포함되지 않아 회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치약 유해성분 논란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주의 깊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김재원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내에 허가된 치약의 3분의 2에 유해 논란이 있는 파라벤, 트리클로산이 함유돼 있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김 의원은 “해당 성분은 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거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적정기준을 두고 관리하고 있어 무해하다고 해명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올해 6월 개정 고시안을 통해 트리클로산의 치약 사용을 금지하고, 파라벤은 사용 기준을 강화했다.
치약에 함유된 CMIT·MIT의 유해성 우려도 크다. 임종한 인하대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 성분이 소화기를 통해 흡수되면 혈액순환을 통해 폐를 손상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꽤 있다”며 “치약에 함유된 CMIT·MIT도 결국 폐 손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해물질 함유 사실이 확인된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아모레퍼시픽과 식약처는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에 CMIT·MIT가 함유된 원료를 공급한 미원상사는 해당 성분이 유독물질인지도 몰랐다. 아모레퍼시픽 외에 애경산업, 코리아나화장품, 서울화장품 등 30개 업체도 미원상사로부터 해당 성분이 함유된 원료를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CMIT·MIT가 함유된 원료가 어떤 제품 생산에 사용됐는지 확인 중이다. 이 의원은 27일 국감에서 “국내에서 화학물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정보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심상배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28일부터 구매일자, 사용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해당 제품을 교환·환불해주기로 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식약처 “미허가 물질 함유일 뿐 인체 무해” 진화에도 소비자 “매일 쓰는 치약도…” 공포 확산
입력 2016-09-28 00:07 수정 2016-09-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