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중국과 러시아를 눈앞에 두고 살게 됩니다. 통일은 세계선교와도 직결됩니다. 한국교회는 탈북민과 협력해 세계선교의 비전을 품고 치밀하게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부회장 김영식(45) 목사는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목사는 2009년 통일선교를 하는 남한 출신 목회자들의 네트워크 모임으로 발족한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의 창립멤버로 총무와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이 협의회에선 80여명의 목회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2009년부터 서울 강남구 광평로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위원회 지도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김 목사는 목회현장에서 만난 탈북민과의 에피소드 등을 엮은 책 ‘혹시 북에서 오셨습네까?’(포앤북스)를 최근 발간했다. 매주 50∼60명의 탈북민이 모이는 남서울은혜교회는 체계적인 통일선교를 하는 교회 중 하나다. 그는 “그동안 사역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한국교회에 소개하고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탈북민과 함께하는 통일선교 사역을 하려면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북민이 감사를 할 줄 모른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교회에서 꾸준히 ‘감사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탈북민들이 저금통에 십시일반으로 동전을 모아와 매번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은 ‘새터민’ ‘탈북자’ 등의 용어를 싫어 한다”며 “교회에서 탈북민을 ‘윗동네’, 남한 성도를 ‘아랫동네’ 사람으로 부르기로 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 호칭만 바뀌어도 이들의 마음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은 또 집에 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다. 한이 많지만 대부분 가족과 관련된 것이고 가족에 대한 정이 애틋하다.
김 목사는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처음에는 탈북민을 무조건 도와주는 식으로 사역하다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탈북민이 교회에서 도움을 못 받으면 교회를 떠나거나 믿음이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말씀으로 훈련시키고 섬김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탈북민 사역을 잘하려면 특히 새가족반 사역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음 방문한 교회의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기에 안내자 배치 등에서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선교, 교회학교 등을 통해 그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제공해주면 사명감과 정체성을 찾는다고 했다.
김 목사는 탈북민뿐 아니라 남한 성도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신도를 정치 경제 교육 예술 종교 등의 분야로 나눠 리더로 키워야 한다”면서 “이들에게 통일 및 세계선교의 사명을 심어주면 통일의 역군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이 실향민이라 그런지 북한 사람들이 제게 딱 맞는다. 통일선교는 하나님이 주신 천직”이라며 “남북관계가 경색돼 통일선교가 막혀 있지만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김영식 목사 “통일선교 사역하려면 ‘탈북자’ 표현부터 삼가야”
입력 2016-09-27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