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계파없이 뭉쳤지만… ‘민생·안보’ 역풍 경계

입력 2016-09-28 04:16
이정현 대표(앞줄 오른쪽 세 번째)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27일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한 투쟁력을 연일 고조시키고 있다. 주류·비주류 모든 의원이 사퇴 투쟁에 동조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국감 참여 방침 돌출행동을 전 계파가 나서서 만류하는 등 균열 방지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의사일정 거부 과정에서 안보·민생 현안 주도권이 야권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읽힌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안 북한의 도발이나 지진 등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염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27일 국감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국회의장 집무실 복도를 점거하며 정 의장 규탄을 위한 긴급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총에는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등 당내 계파 좌장들이 모두 참여했고, 김세연 황영철 의원 등 비주류 혁신파 의원들도 동참했다.

새누리당은 오후 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과 징계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28일엔 정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국회에서 시·도 기초 의원과 원외당협 등 1500명 규모의 규탄대회도 준비 중이다.

의총이나 지도부 회의에서는 정 의장을 겨냥한 비난이 연일 난무하고 있다. “뒷골목 청부업자나 말할 수 있는 ‘맨입’ 발언”(조원진 비대위원장) “저잣거리의 막말파동”(박명재 사무총장) “법치파괴 지능범이자 상습범”(이장우 최고위원) 등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 국감 참여 만류는 비박(비박근혜)인 김 전 대표가 직접 나섰다. 그는 서 의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며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고, 강석호 최고위원과 함께 설득에 나섰다. 오후 의총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당인이자 정우(政友)”라며 “강력한 단일대오를 지켜주시길 호소드린다”고 했다.

퇴로 없는 여야 대결이 계속되는 만큼 ‘분열하면 망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문제로 분출됐던 계파 갈등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외부 공격으로 오랜만에 당이 똘똘 뭉쳤다”고 했다.

내부에선 그러나 국감에서 집권여당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자칫 야당이 내세우고 있는 ‘집권여당의 민생포기’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긴급 10대 민생과제 추진본부’를 만들고 이날 오후 첫 분과별 본부장회의도 열었다. 의사일정 거부 투쟁과는 별개로 정부와 함께 주요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강경 투쟁 중심으로 활동해 현안 대응이 느리다는 지적도 있다. 국감 기간이어서 정부와 긴밀히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는 전날 발생한 링스 작전헬기 추락 사고에 대한 비공개 현안보고가 진행됐지만 새누리당은 의사일정 거부 투쟁으로 불참해 야당만 참여했다. 영남 출신 한 의원은 “지금 지역에서 지진과 원전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높은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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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