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기업 첫 직접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 돌입

입력 2016-09-28 00:00
미국 재무부가 26일(현지시간)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한 혐의로 중국 훙샹그룹의 자회사와 마샤오훙 훙샹그룹 대표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중국 검색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나온 마 대표.뉴시스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 랴오닝훙샹(遼寧鴻祥)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단둥(丹東)훙샹실업발전을 제재하기로 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단초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직접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간)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훙샹실업과 함께 마샤오훙(45·여) 훙샹그룹 대표와 대주주 3명에 거래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건 처음이다. 마 대표 외에 제재 명단에 추가된 중국인은 저우젠수, 훙진화, 뤄촨쉬 등이다.

재무부는 이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선은행에 금융 거래를 제공하며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도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따라 훙샹실업과 중국인 4명은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일절 할 수 없으며 미국 시민 또한 이들과 거래를 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미 법무부는 훙샹실업과 중국인 4명에 대해 고발 조치를 내렸다. 미 정부의 제재를 회피하고 돈세탁을 모의한 혐의다. 법무부는 또 훙샹실업과 그 위장회사가 보유한 계좌 25개의 자산을 몰수하기로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훙샹실업 등이 개설한 은행 계좌에 약 7440만 달러가 입금됐으며 이 중 1560만 달러가 미국 내 은행을 통해 세탁됐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대행은 “이번 조치로 북한의 핵확산을 지원한 핵심 불법 조직과 기관이 드러났다”면서 “훙샹실업과 그 핵심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제재를 피하면서 조선광선은행 등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에 협력했다”고 밝혔다.

엄밀히 따진다면 이번 조치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볼 수 없다. 훙샹실업이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정황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의 불법 거래는 물론 정상 거래를 하는 기업과 개인까지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조치다. 다만 임기가 3개월가량 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압박에 대한 결의를 보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훙샹 측에 대한 중국 사법 당국의 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중이 대북 압박 공조에 나선 모양새지만 중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 시행한다면 미·중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특정 국가가 자국법을 중국의 기업 또는 개인에까지 확대해 관할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최근 미국과 소통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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