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연내 대우건설 매각 방침을 밝혔지만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인수 후보로 꼽혀온 건설사들이 ‘관심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대우건설이 몸집만 큰 ‘계륵’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수주 급감 등 건설 불황 탓에 박창민 신임 사장이 저평가된 대우건설 주가를 회복하는 것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연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주식 가치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산은이 대우건설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출자한 사모펀드의 만기가 내년 10월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6일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현재 지분매각에 대한 검토단계에 있다’며 매각을 공식화했다.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4위인 대우건설은 한해 매출이 10조원에 달하는 대형 건설사다. 산은의 발표에 건설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다.
그러나 매각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은은 2011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주당 1만5000원을 들였다. 이후 주당 1만8000원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데 총 3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주가 폭락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는 인수 당시보다 60% 가까이 낮은 6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 상태로 매각이 진행되면 산은은 약 1조6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당초 인수 후보로 예상되던 SK건설·부영그룹·호반건설 측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고, 인수 제의도 없었다”며 발을 빼는 상태다. 침체된 건설시장 탓에 대우건설 인수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인수 협상은 중국·동남아시아 등 외국계 회사들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증가를 가장 확실한 주가 부양책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저유가 기조로 여전히 해외수주도 어려운 상태다. 대우건설은 올해 인도 비하르 교량과 카타르 고속도로에서 약 1조1000억원의 해외수주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2011년 이후 한해 3조원에서 많게는 6조원에 달하는 해외수주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산은이 주가 부양 대신 헐값에라도 대우건설을 처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갈길 먼 대우건설 매각… 인수 후보 “관심없다”
입력 2016-09-27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