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시대 요구·국민 부름에 대해 고민”

입력 2016-09-27 18:21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시스템, 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권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대한민국 시스템, 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권력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권력시대’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통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미래를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인용하면서 “입법 사법 행정에 광범위한 국민 참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국가는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있다”며 “시대에 역행하는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폐쇄적인 국정운영과 불통 정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 집중되면서 주요 국정과제가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며 “합리적 토론과 국민과의 소통 없이 모든 주요 국정과제가 결정되면서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은 대통령 눈치만 살피는 조직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대세론에 안주하고 있는 친문재인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겨냥했다. 그는 “패권적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며 “경제도 안보도 야당이 더 잘할 수 있다는 능력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분열은 필패다. 정권교체, 시대교체, 미래교체라는 큰 화두 앞에서 분열하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야권 통합론을 폈다.

박 시장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대의 요구’나 ‘국민의 부름’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토론회 내용도 박 시장의 대선 출사표에 가까웠다.

그는 “서울시장 하면서 중앙정부를 보니까 절망이 깊었다”며 “나라의 모든 기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 요구나 국민 부름이 저한테도 해당되는지 고민하고 소명으로서 정치를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리더십으로 통찰력, 실천력, 소통력을 꼽았다.

박 시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 과정에서 양보를 요구하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개인적 관계와 공적 관계는 분명히 다르다”며 “국가적 위기와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를 거부한 데 대해선 “삼권분립의 정신, 국회의 견제기능의 헌법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