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의 ‘양대 산맥’ 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을 놓고 운명의 맞대결을 벌인다. 1차전은 28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은 10월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전북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서울에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고, 황선홍 서울 감독은 과거 토너먼트에서 번번이 전북의 발목을 잡은 만큼 이번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전북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서울에 3전 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최용수 감독의 서울을 1대 0으로 제압했다. 2, 3차전에서도 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서울을 각각 3대 2, 3대 1로 꺾었다.
지난 6월 말 서울에 부임한 황 감독은 빠른 템포 축구와 포백을 도입하고, 최전방 공격수로 뛰던 박주영을 측면 미드필더로 돌리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황 감독은 서울의 팀 컬러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면 최강희 감독의 경우 10년 넘게 전북을 이끌고 있다. 팀과 선수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전북이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는 것은 최 감독의 지략과 리더십 덕분이다.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최 감독은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4강전 기자회견에서 “4강에 K리그 두 팀이 올라와 영광스럽고 자부심도 느낀다”며 “이번 4강전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하는 경기다. 내일 모든 걸 동원해서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선수들한테 많은 걸 주문하기보다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느낀 대로 준비하는 게 낫다”고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전북은 측면에서 강하다. 박원재-레오나르도가 버티는 왼쪽과 최철순-로페즈가 포진한 오른쪽은 공·수 모두 탄탄하다. 반면 서울은 중앙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오스마르-다카하기-데얀-아드리아노로 이어지는 수비와 중앙 라인은 K리그 클래식 최강이다. 전북이 측면을, 서울이 중앙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번 맞대결의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서울의 최근 두 차례 전북전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은 황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시절 토너먼트에서 전북에 강했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 감독은 2012 시즌 FA컵 8강전에서 이흥실 감독대행의 전북에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2013 시즌엔 FA컵 결승전에서 최 감독의 전북을 맞아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2연패에 성공했다. 2014 시즌엔 ACL 16강전에서 전북을 꺾었다.
황 감독은 지난 시즌 포항을 이끌며 리그 전북전에서 2승1패를 기록했다. 전북에게 황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피하고 싶은 존재다. 이번 시즌 ACL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잡은 황 감독은 최근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전북전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서울에 강한 전북… 최강희에 강했던 황선홍
입력 2016-09-27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