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처음 법안을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이다. 밥값을 누가 내느냐에 따라 ‘갑을관계’를 판가름하던 문화가 사라지고 ‘더치페이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김영란법은 단순히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아니다. 권익위가 밝힌 대로 대한민국의 ‘부패유발적 사회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게 김영란법의 근본 취지다. 혈연·학연·지연 등 ‘연줄’을 매개로 한 부정청탁, ‘관계 형성’이란 미명 하에 이뤄지는 과잉 접대 등 부정·부패를 부추기는 우리 문화 자체를 개조하는 프로젝트다.
권익위 관계자는 27일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청탁 관행과 접대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예방적 성격의 법률”이라면서 “법 시행으로 청탁이나 접대 없이도 누구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청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변화의 조짐은 법 시행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 시행 직후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않으려고 ‘예행연습’에 들어가면서다. 공직자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식사 약속을 꺼리는가 하면 고급 음식점에 ‘김영란 정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26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선 피감기관이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관에게 밥을 사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7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돼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시행 초기부터 혼란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들이 오해 소지를 차단한다는 생각으로 대민 접촉을 회피하는 등 소극적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직무 수행을 독려하라”고도 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알게 되면 해당 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이나 그 기관을 감독하는 기관, 감사원,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또는 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다. 감사원은 김영란법 시행일부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신고를 접수한다. 법 적용 대상자가 성인 인구의 10분의 1인 400만명에 달하는 만큼 무분별한 신고를 막고자 실명으로 된 서면신고만 접수해 처리하기로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안지나, 전진이 기자
28일부터 ‘더치페이’… ‘김영란법’ 역사적 시행
입력 2016-09-27 17:33 수정 2016-09-27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