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포털의 실시간 검색 1위는 ‘메디안 치약’이었다.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치약’ 등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치약 11종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함유돼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은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매일 사용하던 치약에 유해성분이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개개인이 대부분 한 번쯤 사용해봤을 브랜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화장품·물티슈에 이어 치약에서도 CMIT·MIT가 검출됐으니 믿고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이 없다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치약 11종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제품에는 CMIT·MIT가 미량 함유돼 있을 뿐이라서 양치한 후 입안을 물로 씻어내는 치약의 특성상 유해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CMIT·MIT가 국내에서는 치약 보존제로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에선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안심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식약처의 안일함과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입안 점막으로 흡수되거나 삼킬 수도 있는데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식약처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번 치약 회수가 뒷북 조치라는 점에서다. 치약 11종의 유해성분 함유 사실을 처음으로 적발한 건 식약처가 아니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정의당)이다. 이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이 미원상사로부터 CMIT·MIT가 들어간 원료를 납품받아 사용한 사실을 26일 최종 확인했다. 그때서야 식약처가 부랴부랴 ‘면피성’ 자료를 낸 것이다. 그간 의약외품인 치약의 안전관리가 엉망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커질 전망이다. CMIT·MIT가 함유된 미원상사 원료 12종이 비누·샴푸 등을 생산하는 애경산업, 코리아나화장품 등 국내외 업체 30곳에 유통된 점도 이 의원에 의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원료로 어떤 제품이 만들어졌는지 당국조차 모르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소비자들의 ‘케미포비아(화학 공포증)’가 되살아날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이 서둘러 생산제품 조사에 나서 국민 앞에 그 결과를 밝혀야 할 것이다.
[사설] 이번엔 ‘유해물질 치약’ 파문… 당국은 또 뒷북 조치
입력 2016-09-27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