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입력 2016-09-27 18:40

이제 막 단풍 들기 시작하는 나무에 버려진 둥지인 듯 오래도록 새가 들지 않는 빈 둥지에 빗물이 스며드니 유독 애처롭게 보이는 것은 무언가에 결핍을 느끼는 내 마음 때문일까. 요즘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는 것을 보면 행복에 대한 결핍을 느끼는 것 같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어두운 감정의 소용돌이로 마음의 회로가 흐트러져 허우적거리는 상태는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행복추구권’은 헌법에 권리로 규정되어 있고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게 사는 것’은 절대명제이다. 언젠가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다.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바라는 것이 많지 않아 더 행복하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은 어디에서 오고 가슴에 기쁨이 충만한 행복의 비등점은 몇도 정도일까. 한때 세상을 정복했던 나폴레옹은 “내가 진정 행복했던 날은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고 했고, 3중 장애를 안고 살았던 헬렌 켈러는 “행복하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행복은 상황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해외 유명 영화배우 커플의 파경 소식이 전해졌다. 보이기는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한 듯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보여지는 것만큼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으니, 이벤트처럼 빛나는 부와 명예, 성공의 시간은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일상에 기쁜 일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도 않고 기쁜 마음은 일시적이어서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을 외면하고 가질 수 없는 것에만 주목한다면 늘 불행한 상태에 놓일 것이다. 욕망이 커질수록 새로운 기쁨과 더 큰 만족을 찾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욕망을 따라 만족을 찾아가면 오히려 불행을 불러오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회신 없는 답장을 기다리듯 행복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매일 아침 눈뜰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갓 지은 따뜻한 한 끼의 밥상에 감사할 때 어느 순간 행복은 새처럼 곁에 날아와 깃들 것이다.

글=김세원(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