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두 대륙이 사랑한 땅, 동·서양 2700년 역사를 품다

입력 2016-09-28 19:13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이 만나고 헤어지는 ‘문명의 교차로’다. 수많은 문명이 이 땅에서 나고 사라지며 흔적을 남겼다. 이스탄불 신시가지의 중심에는 ‘터키 민주주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탁심광장이 있다. 지난 5일 탁심광장이 터키국기로 붉게 물들어 있다. 왼쪽에 서있는 것은 터키공화국 기념비다.
이스탄불 옛 시가지의 선착장을 출발한 유람선이 지난 5일 보스포루스 해협 위를 한가롭게 떠가고 있다. 맞은편에서 갈라타 탑과 신시가지의 건물들이 노을에 반짝이고 있다.
블루모스크 내부 모습. 천장을 수놓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며든 햇살이 파란 타일에 반사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을 가르는 새파란 물결이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넘나들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2700년의 역사를 오롯이 끌어안은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을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이다. 지난 4일 보스포루스 해협을 순항하는 유람선 위에서 이스탄불의 저녁을 만났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유럽, 오른쪽으로 돌리면 아시아였다. 세월이 내려앉은 비잔틴 양식 사원의 돔, 바로크 양식 궁전의 처마, 해변의 낡은 건물, 고급 호텔이 어우러져 노을 진 하늘과 맞닿은 도시의 윤곽을 그려냈다. 석양을 만나 찬란하게 부서지는 물살을 바라보자니 눈이 시큰거렸다. 때 묻은 마음이 부끄러울 만큼 새파란 바다 탓이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이스탄불에서 몰아친 한바탕의 ‘파랑(波浪)’을 초월이라도 하듯 그저 유유했다.



두 대륙이 사랑한 문명의 교차로

두 개의 대륙에 걸친 이스탄불은 기원전 7세기부터 문명의 한복판에 있었다.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의 옛 이름이다. 고대 오리엔트에서 그리스·로마, 오스만튀르크, 이슬람까지 굵직굵직한 문명의 역사가 이 땅 위에 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제각기 흔적을 남겼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이스탄불을 ‘인류 문명의 살아있는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볼거리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의 ‘역사지구’에 몰려 있다. 첫손에 꼽히는 건 역시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라는 ‘블루모스크(술탄 아흐메트 1세 자미)’다. 이 사원은 오스만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트 1세가 1616년 완공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260개 스테인드글라스 창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이국의 문양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2만여장의 파란 타일에 부딪혀 부서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그 오묘한 분위기 덕에 블루모스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블루모스크는 비잔틴제국에서 중요한 행사를 치르는 경기장이었던 ‘히포드롬’에 맞닿아있다. 이집트 룩소르 카르나크신전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신전에서 가져온 세 마리의 뱀 기둥 등을 볼 수 있다.

히포드롬을 보고 나면 아야소피아(성 소피아 성당)가 손짓을 한다. 비잔틴건축의 대표 격인 아야소피아는 그리스정교 성당으로 만들어졌다가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됐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뀐 상태다. 이스탄불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서 있는 셈이다.

술탄이 살던 ‘톱카프 궁전’으로 향하면 오스만제국의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4개의 정원이 펼쳐진 궁전에는 8만6000여점의 유물이 보관돼있다. ‘지하궁전’으로 불리는 예레바탄 지하 저수지도 이색적이다. 이 곳은 비잔틴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가 만든 물 저장소다. 8만t까지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해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도 제격이다.

‘그랜드 바자르’나 ‘이집션 바자르’에서는 터키의 별미 ‘로쿰’, 화려한 터키식 램프나 그릇, 스카프, 금·은 제품 등을 구경할 수 있다.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면세점보다 값이 싸고 물건이 다양한 이집션 바자르에 들러 보는 것도 좋다. 보스포루스 해협과 이스탄불을 만끽할 수 있는 유람선을 타고 싶다면 이집션 바자르 근처 선착장을 이용하면 된다.



탁심광장으로 향하는 터키의 오늘

갈라타 다리를 따라 신시가지로 가면 현대적인 이스탄불을 즐길 수 있다. 갈라타 다리의 명물인 ‘고등어 케밥’을 맛보거나, 낚싯대를 드리우고 시간을 흘려보내는 낚시꾼의 희로애락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다. 다리 끝은 갈라타 탑과 맞닿아있다.

갈라타 탑을 지나 이스탄불의 명동인 ‘이스티클랄 거리’를 따라 걸으면 젊음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비잔틴과 오스만을 지나 현대로 오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명품 부티크부터 레스토랑, 분위기 좋은 클럽이나 바가 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어서다. 저녁이면 거리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스티클랄 거리를 오가는 빨간색 트램 ‘튀넬’이 매력을 더한다.

이스티클랄 거리가 끝나는 곳에 신시가지의 중심인 탁심광장이 있다. 서울의 광화문광장이나 시청 앞 서울광장쯤 될까. 터키의 독립전쟁과 공화국 탄생을 기념하는 ‘공화국 기념비’가 광장 중앙에 우뚝 서있다.

터키가 다시 격동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도 탁심광장에서 선명해진다. 지난 7월 1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맞서 항의 시위를 벌인 곳이 탁심광장이다. 그 뒤로 지금까지 광장은 터키 국기의 붉은 빛으로 물들어있다. 쿠데타 희생자 추모비도 세워졌다.

탁심광장을 지나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걸어가면 다시 오스만제국을 만나게 된다. 돌마바흐체궁전이 오스만제국의 말기를 보여준다. 수십t에 이르는 금과 은으로 장식된 궁전 내부를 둘러보면 ‘사치’가 제국의 몰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루 만에 문명과 시대, 두 대륙을 넘나들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이스탄불만이 선사할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다. 이슬람국가(IS)부터 쿠데타까지, 일련의 시련을 거친 이 도시는 다시 들썩이고 있다. 아마 하나의 빛깔을 더 품은 채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매혹할 것이다. 이스탄불이 낳은 세계적 작가 오르한 파묵이 저서 ‘이스탄불’에 썼듯이. “나는 이스탄불을 순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복잡하고, 불안전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더미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터키항공, 인천∼아타튀르크 항공편 주 11회 운항



터키의 국적항공사인 터키항공(Turkish Airlines)은 인천국제공항과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을 주 11회 운영하고 있다. 터키항공은 유럽과 아시아의 거점이라는 이스탄불의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유럽 각지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시아 등 116개국 29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승객 6200만명을 실어 날랐다.

스카이트랙스 세계항공대상에서 올해까지 6년 연속 ‘유럽 최고의 항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유럽 최고의 항공사’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클래스 다이닝’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비즈니스석의 경우 복장을 갖춘 요리사가 오간다. 1시간에 걸쳐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기내식이 일품이다.

다만 올 여름을 기점으로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지난 6월 28일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이슬람국가(IS) 테러가 발생한 데 이어, 7월 15일에는 군부 쿠데타 시도가 있으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일케르 아이즈 터키항공 회장은 지난 6일 이스탄불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안정을 되찾아 모두 안전한 상태이며, 자본시장과 경제 상황도 크게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즈 회장은 “앞으로 1년이면 최근의 타격을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올해 6500만명의 승객을 모으는 목표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항공은 건국 100주년인 2023년을 기점으로 허브공항인 아타튀르크 공항을 발판 삼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공 운송업체’로 자리 잡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스탄불=글·사진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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