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교회-대흥교회] 다음세대부터 어르신들까지 섬기는 ‘이웃돕기 팔방미인’

입력 2016-09-27 20:30 수정 2016-09-27 21:01
대흥교회가 운영 중인 ‘음악 아카데미’에서 지역 어린이들이 바이올린 강습을 받고 있다. 2014년 가을에 개강한 아카데미에서는 매 학기 교인은 물론 청소년부터 장년까지 지역주민들이 참석해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드럼 등 각종 악기와 성악 등을 배우고 있다. 대흥교회 제공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는 대흥교회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유성택 대흥교회 목사가 지역의 중학교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대흥교회 제공
유성택 목사
지난 23일 서울 양천구 목4동의 어느 골목길.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한 중형차 운전자가 주민에게 공영주차장의 위치를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흥교회로 가보세요.”

목4동은 상가와 주택, 좁은 골목길이 복잡하게 밀집해 있어 주차공간 확보는 거주민들의 고민거리다. 이 동네 한복판에 있는 대흥교회는 올해로 10년째 지역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24시간 70여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맙죠. 교회 덕분에 매일 편히 차를 세울 수 있으니까요. 저 교회는 이것(주차장 개방) 말고도 좋은 일 많이 하던데.” 주민 김일수(54)씨의 증언에 대흥교회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1948년 창립한 대흥교회는 1976년부터 40년째 현 위치를 지키고 있다. 2014년 부임한 유성택(46) 목사는 “교회가 이 동네의 오랜 주민 같은 느낌”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다정한 자세로 지역을 섬기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 부임이후 교회는 다음세대를 섬김의 첫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브리지임팩트 사역원 교재개발팀장 및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청소년계절공과 집필위원 등을 역임한 문근식 목사를 청소년 담당 사역자로 청빙했다.

섬김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경제적 지원으로 대흥교회는 강서고와 영도중 등 인근 학교로부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두 번째 섬김은 ‘정서적 지원’이다. 유 목사는 “학업과 그로 인한 경쟁에 지친 아이들을 위로하고 기도해 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목사와 문 목사는 무작정 지역 학교들의 문을 두드렸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도모임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교내에 외부인들이 들어와 자녀들과 접촉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A중학교에서 답이 왔다. 비록 ‘비공식적 모임’이라는 조건을 건 허락이었지만 매일 점심시간 학교 음악실에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모임의 성격은 단순하다. 학생들과 빵 등 간식을 나눠먹고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고민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갖는다. 10명 내외로 시작한 기도모임에는 현재 9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비기독교인 학생들도 다수 있다. 교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퍼지며 교회의 중·고등부 학생수도 40%가량 증가했다.

대흥교회는 ‘음악 아카데미’를 통해서도 지역을 섬긴다. 2014년 가을에 개강한 아카데미에서는 매 학기 교인은 물론 청소년부터 장년의 지역주민들이 참석해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드럼 등 각종 악기와 성악 등의 교육을 받는다. 악기는 교회에서 제공한다. 최근에는 중고 바이올린 20대를 구입했다. 유 목사는 “음악을 배우고 싶은데 환경이 여의치 않은 분들을 위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사는 전문음악인들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된 바이올린 수업에는 고양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 박선하씨가 강사로 나섰다. 지난 5∼6월 진행된 성악 수업에서는 테너 김형철(상명대 외래교수 역임)씨가 호흡과 발성부터 음역대 넓히기, 리듬 및 비브라토 훈련, 감정이입, 합창훈련 등의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진행했다. 유 목사는 “아카데미를 통해 음악에 재능을 발견한 청소년들도 꽤 된다”며 “아카데미에서는 교회음악을 다루다 보니 이론 수업을 할 때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대흥교회는 노인 섬김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사무소를 통해 추천받은 독거노인 가정 몇 곳을 찾아 장판을 깔아주고 반찬을 배달하는 등의 사역을 했다. 또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매달 10명씩 선정해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유 목사는 “기독교인의 기본자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이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 즉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 교회이지만 복음을 전하고 더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흥교회 유성택 목사
“말씀과 기도 통해 예수님 제자 양육”
찬양사역자 꿈꿨다가 목회자 길로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임시당회장 노태진 목사)의 목양·교육·교재집필 담당 부목사’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의 예배·찬양·훈련 담당 부목사’.

지난 23일 유성택(사진) 목사를 만나기 전 대흥교회 홈페이지에 게재 된 프로필을 보고 신대원 졸업 후 부교역자로 가는 보편적 과정을 지나온 목회자라고 생각했다. 대형교회들의 부목사를 거쳤기에 더욱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편견은 자신을 소개하는 첫 마디에서 깨졌다.

“저의 꿈은 찬양사역자였어요.” 유 목사는 고교시절 참석한 찬양집회에서 사람들이 은혜 받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꿈은 단순히 생각하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총신대 신대원 졸업 후 서울 사당동에 녹음실을 차렸다.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지만 교회를 개척한다는 심정으로 했어요.” 유 목사는 당시 한국컨티넨탈싱어즈 등 유명 찬양사역팀과도 교류하며 경험을 쌓았고 본인의 앨범도 발매했다. 이후 4∼5년은 찬양집회를 인도하는 사역자로 활동했다. “그때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찬양하며 집회 당시에는 은혜를 받았다고 했지만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았거든요. 결국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접하고 기도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 목사는 이후 찬양사역자의 길을 접고 일반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고 옥한흠 목사님이 주창하셨던 제자훈련, 즉 한 영혼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드는 일의 가치를 깨닫고 제 목회의 목적도 그렇게 정했습니다.”

유 목사는 담임목회를 하면서 그 목적이 더 뚜렷해졌다고 했다. “많은 교회들이 사람을 바꾸는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 봉사를 많이 하고 예배 출석률이 높으면 훌륭한 신앙인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죠.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사람으로 양육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대흥교회는 주일학교 학생들부터 장년까지 전 세대 성도가 같은 본문으로 하는 큐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청소년 및 청년들의 신앙강화를 위해 매주 10∼20명의 중·고등부 학생들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 등 주요기도원을 찾는다. 또 청년부가 금요기도회를 인도한다.

유 목사는 “말씀과 기도를 통해 성도들의 삶이 변화되고 그들이 하나님 앞에 진실하다면 그 교회의 예배와 봉사, 섬김 등 모든 행위가 가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