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공화·민주당 후보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어느 선거 때보다 높다고 한다. 이에 대한 반작용인지 최고 인기를 구가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전기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재임한 40대 레이건 대통령은 이임 때조차 지지율이 68%였다. 지금도 ‘좋았던 미국과 세계’를 가능케 했던 레이건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심과 사랑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의 영화는 2003년에 CBS가 미니시리즈로 방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집권 2기를 시대배경으로 좌파적인 시각에서 그의 부정적인 부분을 주로 다뤘다. 반면 이번에 제작되는 전기영화는 위대한 업적과 긍정적인 부분들을 다룬다. 실제로 레이건은 국제 공산주의의 멸망을 초래한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소련에 ‘악의 제국’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무기 경쟁에서 보기 좋게 이겼다. 그 결과 임기를 마친 5개월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3년 뒤인 1991년 12월에는 소련이 붕괴했다.
촬영은 내년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캐스팅은 10, 20대의 레이건 역을 연기할 디즈니 채널의 스타 데이빗 헨리(25)와 조지 슐츠 국무장관 역을 맡을 명우 존 보이트,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의 숙적이랄 수 있는 소련 공산당 서기장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역에 ‘007 라이선스 투 킬’ 등에서 악역으로 유명한 로버트 데이비 등이 있다. 감독은 션 맥나마라.
레이건 말고도 미국 대통령을 다룬 전기영화는 할리우드에 넘쳐난다. 영화를 통해 대통령들의 장단점, 공과(功過) 등이 샅샅이 파헤쳐진다. 물론 퇴임 후에 이뤄지는 것이긴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 섰던 대통령들을 대중영화가 쥐락펴락한다. 그게 바로 좋았든 나빴든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의 발로이자 할리우드의 힘이라고 하면 과언일까. 우리 영화계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진솔한, 애증(愛憎)이 깔린 전기영화들을 언제나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89> 대통령 전기영화
입력 2016-09-27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