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대형교회에 회삿돈으로 헌금, 법인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 한 것”

입력 2016-09-27 01:12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정감사장에 앉아 이준원 차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에게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며 차관에게 대신 질의했다. 세종=곽경근 선임기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시절 자신이 다니던 한 대형교회에 회삿돈으로 헌금을 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에게서 이 같은 추궁을 당하자 “반찬과 쌀 등을 180개 시설에 다양하게 기부했는데 종교단체가 있었다”며 “법인 차원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다른 교회는 신도수 15명밖에 안 되는 소외계층인데 장관이 다니던 교회는 대형교회 아니냐”며 “사장 취임 이전에 기부한 적이 없는데 취임 후 끼워넣기한 것 아니냐. 왜 굳이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의 돈으로 그렇게 했느냐”고 다그쳤다. 김 장관은 “개인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더민주 김현권 의원은 공사 사장 시절의 케이밀 사업에 미르재단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가공식품 수출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집행기관으로서 참여했고, 실무자가 추진한 일이어서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결의됐지만 청와대가 거부하면서 법률상 장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국감장에서도 하루 종일 자리만 지키고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다 막판에야 마이크를 잡았다.

더민주 소속 김영춘 농해수위 위원장을 비롯해 야당 의원들만 입장한 국감에서 김 장관은 증인선서만 했을 뿐 야당 의원들은 이준원 차관에게 질의를 하면서 장관에게는 답변권을 주지 않았다. 김 장관은 국감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연필로 메모를 할 뿐이었다.

김한정 의원이 “도덕적 권위가 훼손된 장관이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면서 그를 불러세웠다. 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농업 현안을 성실히 해결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차관과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김 장관을 다시 모욕하며 직무살인까지 하는 저급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