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외교부 당국자들을 향해 절규를 쏟아냈다. 김 할머니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다 타결했다”면서 “25년간 쌓은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발언 사이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10억엔의) 돈을 받은 것도 잘못됐고, 이렇게 할 거면 정부가 손을 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우리가 일본하고 싸우는 것은 돈이 탐나서가 아니다”며 “절대로 우리 같은 일이 (다시) 안 생기도록 끝까지 우리가 뿌리를 뽑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발언 도중 “말을 더해도 됩니까? 시간 많이 주겠죠?”라고 묻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네, 더 하세요”라고 권하자 김 할머니는 70여년 전 처참했던 위안소 생활과 그 이후의 어려웠던 삶을 담담히 말했다.
국감장에는 위안부 합의의 실무 책임자였던 이상덕 주싱가포르대사(전 동북아국장), 위안부 지원 재단인 화해·치유재단 김태현 이사장도 증인 신분으로 나와 있었다. 특히 이 대사 자리는 김 할머니의 바로 오른쪽이었다.
더민주 설훈 의원은 이 대사를 향해 “김 할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위안부 합의를 잘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대사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답하자 설 의원은 “피맺힌 얘기를 듣고도 그렇게 말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10억엔이) 배상금이냐, 치유금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김 이사장은 “배상금적 성격을 띤 치유금”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 의원은 “배상과 치유는 배치되는 개념”이라고 쏘아붙였다.
조성은 기자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25년간 쌓은 탑 무너뜨려… 이럴 거면 정부는 손 떼라”
입력 2016-09-27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