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 대신 ‘法의 논리’… 검찰, 장고 끝 강수

입력 2016-09-27 00:04
신동빈(61·사진) 롯데그룹 회장 신병처리 문제를 두고 고민해온 검찰이 26일 ‘구속영장 청구’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문제 등 수사 외적인 요인보다는 신 회장의 범죄혐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검찰 수사논리를 중시한 결정이다.

지난 6월 10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의 대대적인 수사 착수 이후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인력 3분의 1이 동원된 대규모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특수부 수사부서 2곳이 100일 넘게 롯데그룹 수사에 매달려온 기획수사였다. 검찰이 작심하고 칼을 빼든 만큼 그룹 총수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 20일을 전후로 검찰 기류가 미묘하게 변했다. 수사팀 관계자가 “신 회장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의 급작스러운 입장변화는 ‘롯데 수사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냈다. 특히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뼈아팠다. 검찰은 롯데그룹 계열사가 일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은 포착했지만, 신 회장 등 총수일가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그룹 계열사 사장들도 모두 신 회장과 비자금 조성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신 회장도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며 검찰 수사는 벽에 부닥쳤다.

결국 검찰은 신 회장에게 500억원대 횡령, 1250억원대 배임 등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62) SDJ코퍼레이션 회장 등 총수 일가 여럿에게 수년간 거액의 급여를 지급한 혐의(횡령)와 총수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줘 수백억원대 이익을 챙겨준 혐의(배임) 등만 문제 삼은 것이다.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잇달아 기각된 것도 신 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망설이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미 강현구(56) 롯데홈쇼핑 사장, 허수영(65) 롯데케미칼 사장 등 현직 계열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신 회장도 ‘구속영장 발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롯데그룹도 경영권 문제를 거론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신 회장 구속영장이 청구돼 발부되면 롯데그룹 경영권이 사실상 일본에 넘어간다고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총수 부재로 인한 투자 차질과 경제 활력 저하 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검찰은 재계 등이 제기한 ‘경제 논리’보다는 ‘공정한 법 집행’ 원칙을 고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롯데 총수 일가가 급여 명목으로 회사에서 받아간 금액만 약 2100억원”이라며 총수 일가 이익 빼돌리기 액수가 역대 재벌 수사 중 가장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주 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56)씨 등도 모두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관심은 28일로 예정된 신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신 회장의 주요 구속사유로 적시한 부당계열사 지원 및 잘못된 계열사 투자 등이 사실상 총수일가의 ‘회삿돈 빼돌리기’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신 회장 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실은 인정하면서 총수 일가의 이익 확보 목적이 아닌 경영상의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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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