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사운드 매력적… 찍는 즐거움은 ‘덤’

입력 2016-09-27 21:04



LG전자는 V20의 차별화 지점으로 오디오를 선택했다. 오디오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라면 LG전자가 위험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디오는 다른 사양처럼 정량적 평가가 불가능하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다수의 사용자가 현재 스마트폰 오디오의 음질에 큰 불만이 없다. 상향평준화가 됐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좋은 오디오를 전면에 내세운 건 LG전자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음악 애호가에겐 최고의 선택

방향을 정한 이상 LG전자에게 주어진 숙제는 누구나 들어도 음질이 뛰어나다고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경쟁사 제품과 ‘다르다’를 넘어 ‘좋다’는 감성적인 평가를 끌어내야 했다.

결론적으로 V20의 사운드는 누구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같은 mp3 파일을 다른 기기와 동시에 청음해봐도 V20가 다른 스마트폰보다 좋은 느낌을 준다. 기기마다 소리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V20는 매력적인 차이를 보여줬다.

V20는 제품 후면 중앙에 뱅앤올룹슨 로고가 새겨져 있다. 보통 이 자리에는 LG전자나 V20 로고가 들어가야 한다. LG전자가 V20에서 사운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G전자는 뱅앤올룹슨의 B&O PLAY와 협력해 소리를 튜닝했다. B&O 특유의 깨끗한 고음과 단단한 중저음을 기반으로 V20의 소리를 만졌다.

V20는 스마트폰 최초로 ESS사의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를 탑재했다. DAC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주는 과정에서 정보 손실 없이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주는 역할을 한다.

고음질 녹음 기능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취미로 하는 사용자에게 아주 매력적이다. 음질 비교를 위해 악기를 전공하는 지인에게 고음질 녹음 기능으로 연주 녹음을 부탁했는데 매우 흡족해 했다. 단순히 기록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연주의 디테일까지 잡음없이 담아낼 수 있었다며 V20 구매 의사를 내비쳤다. V20는 3개의 마이크가 있고 외부 유입 음량 조절(Gain), 저주파 잡음제거(LCF), 최대 볼륨 제한(LMT) 기능으로 깨끗한 소리를 잡아낸다.

하지만 음질에 예민한 사용자를 제외하면 V20이 내세운 강점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LG전자는 지난해 V10에서도 음질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찍는 재미 더한 카메라

V20는 G5에 이어 후면에 광각(135도)과 일반(75도)카메라 2개를 탑재했다. 아이폰7 플러스 등 다른 스마트폰에도 듀얼 카메라가 있지만 광각 기능을 제공하는 건 LG전자가 유일하다. 광각으로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V20의 카메라는 가치가 있다. 전문가 모드에는 ‘포커스 피킹’이라는 기능이 추가됐다. 수동으로 초점을 조절하다 초점이 맞으면 녹색으로 표시해준다. 카메라에서 수동으로 초점을 맞출 때 느낀 감성을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오디오와 카메라를 제외한 V20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느낌이다. V20은 배터리 탈착식으로 후면 커버는 알루미늄(AL6013)을 선택했다. 만듦새는 G5보다 단단하고 유격도 없다. 디스플레이도 G5보다 더 밝고 화사한 느낌이다.

V20의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다. LG전자는 수백만원짜리 전문 오디오 기기에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춘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번들로 제공되는 H3급 이어폰만 해도 시중에서 20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전자의 입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을 고려하면 사용자들이 가격에 납득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