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28일이 개봉일이다. 두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지난 주말(24∼25일)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영화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에게 미리 보여준다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였다. 영화 개봉에 앞서 몇 개 극장을 잡아 전야제나 특별시사회를 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두 영화가 확보한 상영관이 300개가 넘어 ‘꼼수 변칙개봉’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브리짓’은 25일 349개 스크린에서 2만3086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고, ‘설리’는 343개 스크린에서 2만1800명을 불러들여 6위에 랭크됐다. 두 영화는 24일에도 비슷한 수치로 흥행 상위권에 포진했다. 실제 개봉작이나 다름없는 결과다.
두 영화의 주말 이벤트로 손해를 본 쪽은 같은 주(22일)에 개봉된 작품들이다. 조재현 감독의 ‘나홀로 휴가’의 경우 개봉일에는 158개의 스크린을 확보했으나 24일에는 136개, 25일에는 127개로 줄어들었다. 두 영화의 사전 유료 시사회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그러지 않아도 새벽과 심야시간에 교차 상영된 작은 영화의 비애를 다시 절감해야 했다.
이 같은 변칙개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20일 개봉된 ‘부산행’은 개봉 일주일 전 주말에 400여개의 스크린에서 특별시사회를 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앞서 13일 개봉된 ‘나우 유 미 씨2’도 일주일 앞당겨 시사회 명목으로 선보여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때도 꼼수 변칙개봉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문제는 영화 배급시장을 교란시키는 상황에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개봉일은 관객과의 약속이지만 사전 시사회 등 이벤트를 여는 것에 대해 행정적으로 뭐라 할 수단이 없어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영화산업진흥을 이끄는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영화시장의 자율운영에 따라 유료 시사회 등을 간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영화산업의 건전할 발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심도 있게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작은 영화’ 비애 부르는 꼼수 변칙개봉 못막나
입력 2016-09-27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