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이사장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하얼빈에 있는 흑룡강조선어방송국과 손잡고 12회째 우리말 지키기와 소녀합창단을 지속적으로 지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조선족어린이들이 우리말과 글을 지켜가려면 한글로 글짓기나 말하기 대회, 노래자랑 등을 열어야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2002년 선뜻 시작했습니다. 매년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곳이 조선족 인재들을 배출하는 등용문이 되고 있다는 소식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강덕영 이사장은 “4대 5대로 조선족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한국어를 잘 사용하지 않으려 하기에 이 대회를 통해 우리말을 계승해 나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말과 문화를 잘 이어갈 뿐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밝혔다.
올해도 ‘홈타민컵 전국 조선족 어린이 방송 문화 축제’란 이름으로 지난 24∼25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서 12회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하얼빈 ‘흑룡강조선어방송국’과 ‘흑룡강성교육학원 민족교연부’, 베이징 ‘중국국제방송국 조선어부’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조선족 어린이들이 노래자랑, 글짓기자랑, 이야기자랑, 피아노자랑 4대 부문으로 나눠 실력을 겨뤘다. 모든 부문에서 순수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하는 것이 이 대회의 특징이다.
이번 대회에도 헤이룽장성은 물론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등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조선족 어린이들과 일부 한족 어린이들이 대회에 참가했다. 주최측은 1200여 명이 예선을 치러 이 중 66명이 하얼빈 본선에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24일 하얼빈음악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강덕영 이사장과 흑룡강조선어방송국 허룡호 국장 등 행사 관계자와 전국에서 모인 조선족 학부모와 학생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4개 부문 본선이 열렸으며 각 부문 참가자들은 높은 기량을 선보여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에서 강덕영 이사장은 “중국 동포 어린이들의 실력이 매년 급속히 성장하는 것에 놀라게 된다”며 “여러분이 더 큰 꿈과 비전을 갖고 노력함으로 시대와 세계가 필요로 하는 일꾼으로 성장해 달라”고 격려했다.
또 흑룡강조선어방송국 허룡호 국장은 “이 대회 수상자들이 자신감을 얻어 중국 전국 규모의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하고 명문대에 진학해 예선 참가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 여파로 조선족들이 한글로 별도 교육을 시키고 있고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한족 학생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선조들이 이 땅에서 온갖 고난들을 겪으면서도 우리말을 잊지않은 고마움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25일 오전에 하얼빈시 ‘조선족 제1중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입상자들은 부문별로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으로 나뉘어 상장과 부상을 받았다.
금상 글짓기 부문은 ‘얄미운 학부모회의’를 주제로 글을 쓴 연변대학사범분원부속소학교 이선미 양, 이야기 부문은 ‘엄마 까투리’에 대한 이야기를 구연동화로 소개한 녕안시 조선족소학교 진재여 양, 노래 부문은 동요 '무지개'를 부른 지린성 연남소학교의 김유진 양, 피아노 부문은 중국 클래식곡 ‘해방의 날’을 열정적으로 연주한 계서시중학교 박준걸 군이 각각 차지했다.
글짓기 대상 수상자 이선미 양은 “옌벤에서 오느라 힘이 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고 보니 너무나 기쁘고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돼 주최측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피아노 부문 대상을 받은 박준걸 군은 “앞으로 더욱 기량을 닦아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중국 속에서 조선족을 빛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이날 학업 성적이 우수한 조선족 어린이와 청소년 23명에게 ‘유나이티드 글로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도시 하얼빈. 이곳에서 우리의 글과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행사로 자리잡은 ‘조선족 어린이 방송문화축제’는 점차 붕괴위기를 맞고 있는 조선족들에게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로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행사란 점에서 그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조선족 인재 배출하는 등용문 … 한국인 자긍심·언어 계승
입력 2016-09-28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