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보검 앓이’ 중이다. 배우 박보검(23)의 달달한 대사 한 마디에 한 주를 시작하는 피로가 싹 가신다. 큰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던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인기의 핵이 바로 박보검이다.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뒤를 잇는 열풍이다.
27일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구르미 그린 달빛’은 9월 한 달 내내 화제성이 가장 높은 드라마였다. 박보검은 TV출연자 부문 1위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드라마 브랜드평판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다. 9월 집계(8월 23일∼9월 24일)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은 2위(질투의 화신)를 두 배 이상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초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한 주 뒤 방영을 시작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의 경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준기·아이유를 앞세운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박보검·김유정 투톱은 다소 약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의구심은 첫 방송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회부터 동시간대 1위를 꿰찬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인기몰이를 했다. 왕세자 이영(박보검)과 남장여자 내관 홍라온(김유정)의 로맨스 ‘케미’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박보검은 매회 여심(女心)을 뒤흔들고 있다. “네 소원을 이뤄달라는 게 내 소원이다.”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 “곁에 있어라. 벌써 다섯 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느냐.” “이젠 너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여인으로 대할 것이다. 그리해도 되겠느냐.” 가슴 설레는 ‘꿀대사’들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는다. 온라인상에 ‘박보검 어록’이 나돌 정도다.
처음 도전한 사극임에도 박보검은 무리 없이 역할을 소화해냈다. 사극 톤부터 한복을 입었을 때의 몸가짐까지 자연스러웠다. 나무랄 데 없는 연기력도 갖췄다. 캐릭터 해석, 대사 소화력, 표정 연기가 모두 합격점이다. 수려한 외모와 이기적인 비율은 여성팬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어린 시절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박보검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1년 영화 ‘블라인드’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영화 ‘명량’(2014) ‘차이나타운’(2015)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명실상부한 대세가 됐다. ‘응답의 저주’(응답하라 시리즈 출연 배우가 차기작에서 고전한다는 징크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 박보검의 진솔하고 성실한 캐릭터가 작품 안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다”며 “많지 않은 나이에도 인생 경험을 통해 깊은 감정선을 끌어내는 친구들이 있는데 박보검이 그렇다. 외모는 어린 아이 같은데 행동은 어른스러운 점도 호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스타가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박보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일 듯하다. 그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출근해 스태프들을 돕고 잔심부름을 한다. 스타가 된 후에도 평범하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엔 위안부 할머니 후원의 의미가 담긴 흰 티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과거 ‘응팔’ 이전과 이후 두 차례 만난 박보검은 변함없는 목표를 이야기했었다. 그는 “늘 한결같이 겸손했으면 좋겠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누나들이 불허한다… 박보검 ‘응답의 저주’
입력 2016-09-27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