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초가집 50채, 600년 세월을 품고…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

입력 2016-09-27 20:07
600년의 세월을 간직한 강원도 고성 왕곡마을이 도시인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이곳에선 전통민속놀이를 체험하고 고택에 머물며 옛 선조들의 지혜를 느껴볼 수 있다. 고성군 제공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는 고택과 민속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옛집에선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다. 한 번쯤 고택에 머물며 옛 선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강원도 고성군은 그 위치만으로 특별함을 갖는다. 한국전쟁 후 남북이 분단될 때 고성군도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행정구역은 남고성에 간성읍, 거진읍, 현내면, 죽왕면, 토성면, 북고성에는 고성읍, 장전읍, 서면, 수동면, 외금강면 등 각각 5개 읍·면으로 동일하다. 면적도 남고성 664.56㎢, 북고성 645.61㎢로 거의 비슷하다. 고성은 60여년이 넘도록 반반으로 갈라져 지내온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땅이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처음으로 시작된 통일의 전진기지로 통일의 염원을 품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땅 고성에서도 더욱 특별한 곳이 있다.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위치한 왕곡마을이다. 남북분단의 아픔을 넘어서 600년의 세월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왕곡마을은 고려말, 조선초 이래 양근 함씨와 강릉 최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600년 세월을 정주해 온 전통 있는 마을이다. 19세기 전후 건립된 국내 유일 북방식 전통한옥과 초가집 50채가 원형을 유지한 채 잘 보존돼 있다. 2000년 1월에는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 관리돼 오고 있다.

해안에서 내륙쪽으로 1.5㎞ 지점에 위치해 있고 석호인 송지호와 해발 200m 내외의 5개 봉우리에 둘러싸여 분지를 이룬다. 자연마을 이름은 다섯 개 봉우리를 따 ‘오봉리’라 불린다.

송지호에서 왕곡마을을 바라보면 유선형의 배가 동해바다와 송지호를 거쳐 마을로 들어오는 모습의 길지(吉地·좋은 땅)형상을 보인다. 이러한 방주형의 길지는 물에 떠 있는 배 형국이어서 구멍을 뚫으면 배가 가라앉기 때문에 한때 마을에는 우물이 없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위와 같은 지형적인 특성과 풍수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지난 수백년간 전란과 화마의 피해가 없었다. 한국전쟁과 근래 고성지역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 때에도 왕곡마을은 전혀 화를 입지 않았다.

이 마을에선 5∼11월 매주 토요일마다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짚풀 공예체험, 팽이 만들기 등 절기별 전통놀이와 고택마당에서 열리는 왕곡마을 풍류 음악회 등이다.

특히 토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에 찾아오면 문화해설사로부터 왕곡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들을 수 있다. 왕곡마을은 무료로 입장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사전 예약을 통해 숙박체험도 할 수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민족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동주’의 배경이 되기도 해 마을 구석구석에서 그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왕곡마을 주변에는 청정 백사장과 얕은 수심의 송지호 해변과 송지호 오토캠핑장, 올레길인 관동별곡 800리 길 등 다양한 관광지가 즐비하다.

군 관계자는 “왕곡마을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라며 “자녀, 부모가 함께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예술의 우수성을 직접 경험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고 말했다. 고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