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死因 팽팽… 유족·경찰 ‘부검 공방’

입력 2016-09-26 18:23 수정 2016-09-27 01:19
조문객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백남기씨 빈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백남기(69)씨 부검을 둘러싸고 유가족과 검·경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가족은 병원 측이 사인을 이미 밝혔고, 법원에서 부검영장을 기각했다며 부검에 반대한다. 그러나 경찰은 보강 조사 뒤 검찰과 협의를 거쳐 부검영장을 재청구했다.

부검을 놓고 유가족과 경찰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지점은 ‘사인’(死因)의 명확성이다. 서울대병원은 26일 백씨 사망진단서에 명시된 사인이 ‘심폐정지’ ‘급성신부전’ ‘경막성 뇌출혈’이라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유가족은 경찰 ‘물대포’에 맞아 발생한 뇌출혈로 사망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부검은 필요 없다고 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정병욱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병원에서 사인이 밝혀졌고 유가족이 반대하는 경우 경찰이 일반적으로 부검을 신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원도 부검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새벽 검찰이 제출한 백씨의 진료기록 확보 영장만 받아들이고, 부검영장을 기각했다. 진료기록 등으로 충분히 사인을 밝힐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경찰은 부검을 고집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으로부터 기각 관련 서류를 정식으로 받아보고 검찰과 협의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을 통해 사인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경찰이 부검영장 재신청을 거론하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렬 전직 부장판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면 사실이 은폐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백씨의 큰딸 도라지(34)씨는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가족을 괴롭게 하는 경찰의 행동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백남기대책위원회는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장례 절차를 미루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경찰은 서울대병원의 백씨 진료기록을 분석하는 등 보강 수사를 하고 난 뒤 이날 오후 11시30분 백씨 부검영장을 재신청했다. 경찰은 당초 부검영장 청구와 달리 전문 법의관의 의견과 부검이 필요한 이유를 첨부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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