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살려주세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 하루빨리 가고 싶습네다.”
태국 방콕의 이민국 수용소에 갇힌 탈북민들은 26일 김성은(52·갈렙선교회 대표)목사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자신들을 수용소에서 구출해 대한민국으로 보내 달라는 호소다.
김 목사는 이날 탈북자의 태국 이민국 수용소 생활사진 10여장과 동영상을 언론에 첫 공개했다.
사진 속 탈북민 9명은 한달 넘은 수용소 생활에 지친 모습이었다. 특히 수용소 창살 밖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빨고 있는 27개월된 아기 사진은 탈북민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기는 2008년 2월 함북 청진에서 탈출한 서옥녀(28·가명)씨의 딸 지수이다. 아기 사진은 지난 8월 김 목사가 탈북민에게 건넨 핸드폰으로 9월 초 촬영했다. 서씨는 두만강을 건넌 후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 농촌에 팔렸다. 그리고 한족 남편과의 사이에서 지수를 낳았으나 가난과 폭력 등에 시달리다 아기와 함께 도시로 탈출했다. 이후 선양 등지에서 ‘알몸 화상채팅’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라오스에서 김 목사를 만나 지난 8월 말 태국 입국에 성공했으나 이내 이민국에 잡히고 말았다.
김 목사에 따르면 서씨와 같이 북한을 탈출해 성매매 등으로 생계를 잇는 여성이 선양에만도 200∼3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탈북 여성과 매매혼을 한 한족 남편들이 성매매 등을 강요하며 노예처럼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와 함께 수용된 김미정(38·가명)씨는 지난 1월 탈출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됐다. 중국돈 4000위안(한국돈 약 66만3700원)을 주고 들것에 실려 중국 탈출을 시도했으나 브로커가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네 살된 딸과 자살 직전 김 목사에 의해 구출됐다.
김 목사는 “수용소에 갇힌 서씨 등은 재판을 통해 탈북민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면 난민신청을 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대사관이 개입하지만 밀입국에 대한 벌금과 재판비 등을 못 내면 이에 해당하는 감옥살이를 한 뒤 추방 형식으로 한국이나 제3국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2000년 1월, 중국에 단기선교를 갔다가 탈북민의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이들을 국내에 입국시키는 위험한 사역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탈북민 500여명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단독]한국 가려 목숨 걸었는데… 탈북민 9명 한달째 태국 철창에
입력 2016-09-26 18:33 수정 2016-09-27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