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국회에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임기 중 반드시 개헌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자민당이 2018년 9월까지인 아베의 총재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려는 것도 개헌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많았다. 개헌을 향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행보가 점점 더 노골화되는 모습이다.
아베는 평소 “자민당은 원래 헌법 개정을 목표로 창당됐다”는 말을 노래처럼 부르고 다녔다. 그만큼 개헌 의지가 강하다. 아베의 군국주의적 야욕과 개헌 의지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염원이기도 했다. 기시 전 총리는 전후 평화헌법 체제 탈피를 위해 1960년 집단적 자위권을 골자로 하는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했다가 국민적 비난에 부딪혀 퇴진했다.
아베의 개헌 목표는 외조부와 마찬가지로 패전 후 일본에 불리하게 짜여진 국제질서를 뒤집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다시 만들겠다는 게 요지다. 핵심은 전쟁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평화헌법 9조를 바꾸는 것이다.
아베는 이미 지난해 9월 일련의 안보 관련 법안을 중의원에서 개정해,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서 ‘흉내’는 낼 수 있게 됐다. 제3국이 공격받아도 일본의 존립을 위협할 경우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무력공격사태법이 대표적이다. 또 한반도 유사시 동맹군을 후방에 지원할 수 있는 중요영향사태법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들 법에는 ‘존립위협 시’ ‘후방지원’이라는 단서가 있어 전면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평화헌법 자체를 뜯어고쳐 명실 공히 ‘전쟁가능 국가’를 만들겠다는 게 아베의 염원이다. 자민당이 2012년 마련한 개헌안도 군대의 지위가 아닌 현행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전환하자는 게 골자였다.
아베와 자민당의 이런 야욕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국민적 반대 때문에 개헌 작업은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안보 관련법을 개정할 때도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때문에 아베와 자민당은 헌법개정 심사 초반에는 헌법 9조를 정면으로 건드리지 않고, 외부 위협에 대한 긴급 대응을 강화하는 조항 등을 만지작거리다가 여론이 좋아지면 단계적으로 개헌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개헌은 단기에 이뤄지기 쉽지 않다.
때문에 아베의 자민당 총재 임기를 2021년 9월까지 연장해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한 뒤 5년 정도의 시간표를 갖고 개헌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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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분석] 노골적으로 드러낸 ‘아베의 발톱’
입력 2016-09-26 17:30 수정 2016-09-26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