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는 알고 있었다… 경주지진 당일 수위 49㎝ 상승

입력 2016-09-27 04:15



“경주지역 지하수는 지진 발생을 1∼2일 전에 미리 예고했다. 지하수의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지하수 수위 변화를 통해 지진 발생을 사전에 알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정상용 교수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의곡리에 있는 지하수 관측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규모 5.1과 5.8, 4.5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11∼12일과 16∼18일에 수위가 평소보다 크게 상승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관측소는 정부가 운영하는 전국 400여개 관측소 가운데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정 교수는 지진에 의한 지하수위 변동이 관측 자료에 잘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9월 23일까지의 지하수위 변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진이 발생하는 시기인 11일부터 수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12일 규모 5.1과 5.8 지진 발생 직전에 지하수위가 크게 상승했고, 19일 규모 4.5 지진 발생 3일 전부터 지하수위가 또 크게 올랐다.

정 교수는 “관측 자료를 분석해 볼 때 지진발생을 최소 하루 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비가 오면 지하수위가 상승하다가 며칠 지나면 하강하면서 안정된 수위를 이루게 되는데 지진발생 시기에는 지하수위가 완전히 하강되지 않고, 다시 크게 상승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7월 장마철과 9월 지진발생 시기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11일 지표면에서 179㎝ 아래에 있던 암반 지하수가 12일에는 130㎝ 지점까지 올라왔다. 하루 사이에 수위가 49㎝ 상승한 것이다.

12일 오후 7시44분 경주 남남서쪽 8.2㎞에서 규모 5.1 전진이 일어난 뒤 오후 8시33분 그보다 남쪽인 남남서쪽 8.7㎞에서 규모 5.8 본진이 일어났다. 이 여파로 13일 수위는 지표면 아래 91㎝ 지점까지 올라갔고, 16일엔 지표면 아래 81㎝ 지점까지 올라가는 등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강수량이 25.6㎜에 그친 17일 지하수 수위는 갑자기 지표면 아래 40㎝ 지점까지 무려 39㎝ 올라갔고, 비가 내리지 않은 18일에는 지표면 아래 38㎝ 지점으로 상승했다.

남남서쪽 11㎞에서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한 19일 수위는 지표면 아래 31㎝ 지점까지 상승했다.

정 교수는 “이번 관측 자료에 의하면 경주 지역에는 계속 응력이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여진이나 더 큰 지진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앞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는 지하수 관측소에서 수위변동을 계속 관찰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주 지진 발생이 한반도 내부의 원인이라면, 지하수위 변동이 순간적으로 크게 일어났다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과 아이슬란드 등에서는 지진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있어 우리도 지하수의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한 지진감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하수 수위로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며 “지하수 수위의 비정상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