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정국’ 본질은 덮고… 여야 ‘프레임 전쟁’

입력 2016-09-27 00:04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펼쳐진 여야의 극한 대치가 프레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전선(戰線)은 분명하다. 새누리당은 ‘거야(巨野)의 발목잡기’로, 야권은 ‘정부·여당의 국정 포기’로 몰아가고 있다. 당장은 여소야대 3당 체제 첫 정기국회에서의 주도권 다툼이자 길게는 내년 집권을 향한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거야의 횡포에 저항하는 소수당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속 의원 전원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이정현 대표가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집권여당 공개회의에서 ‘투쟁’ ‘행동방침’ 같은 단어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해임건의안 후속조치와 국정감사를 분리 대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여야가 합의해 의결한 의사일정조차 내팽개친 여당의 무책임함을 부각하면서 민생 정당을 자임하려는 것이다.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87년 헌법 개정으로 국정감사가 부활된 이래 국감 보이콧은 한 번도 없었다”며 “새누리당은 여당이기를 포기한 정당, 국정운영의 책임을 망각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투쟁은 가열차게 하되 나머지 해야 할 일은 침착하게 해야 된다”(조원진 최고위원)고 방향을 잡은 것도 국정 포기라는 야권 공세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해임건의안 요건의 적법성과 처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놓고 법리 다툼을 벌이는 건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적 ‘딜’을 시도했다는 점도 애초 해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저지를 위해 야당에 개헌특위를 제안했고, 더민주는 철회 조건으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과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받아내려다 서로 어긋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측면이 크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권이 ‘정권 흔들기에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정치는 계속 파국이고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은 더 어려워진다”며 “여소야대 국회에서 모든 사안을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여당의 장내 투쟁과 그로 인한 국감 파행이 계속됐을 때 여론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인 셈이다.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는 ‘도끼로 개미잡은 격’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을 빌미로 정 의장 사퇴에 ‘올인’하게끔 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등을 피해갈 틈을 줬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장관이 장관으로서 부적격한 것과는 별개로 해임건의안 때문에 정권을 직접 겨냥한 대형 의혹들을 놓치는 게 말이 되느냐. 새누리당에 되치기 찬스만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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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