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 “합 안 맞춘 맨주먹 싸움… 정말 악독하게 찍었다”

입력 2016-09-27 18:29
범죄영화 ‘아수라’에서 권력에 빌붙은 형사 역으로 열연을 펼친 정우성. 잘 생긴 얼굴에 상처투성인 모습을 보여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잘 생긴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다. 눈과 코 주변에는 핏빛 상처투성이고 입에는 쌍욕을 달고 산다. 28일 개봉된 영화 ‘아수라’에서 의리와 배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형사 한도경 역의 정우성(43)이 그렇다. 1994년 ‘구미호’로 데뷔한 후 변신이야 늘 했지만 미남배우의 대명사인 그이기에 180도 탈바꿈이 놀랍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처절한 연기를 하게 했을까.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끔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정말 악독하게 찍었어요. 꿈에서도 가위에 눌리거나 이를 가는 소리에 놀라 깨기도 해요. 제가 맡은 역할이 철저한 악인은 아니지만 이쪽저쪽을 기웃거리며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배역이어서 힘들었어요. 아직까지도 촬영 후유증이 남아있는 거죠.”

그는 다른 것 다 떠나서 김성수 감독의 작품이어서 출연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과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에 이어 네 번째 만남인데 서로 잘 알고 무언의 믿음이 있어요. 김 감독이 전작 ‘감기’를 찍는다기에 그답지 않은 작품이다 싶어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해야 된다고 하면서 다음 작품에 꼭 같이 하자기에 좋다고 했지요.”

정우성은 극중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 검사 김차인(곽도원), 후배 문선모(주지훈)와 이를 악물고 싸우기도 한다. 이 모습이 다소 어색해보이기도 했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게 보였다면 정우성의 기존 캐릭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그럴 거예요. 배우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 영화가 저에게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미지 변신을 제대로 한 셈이죠.”

주먹과 총알이 오가는 액션 장면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액션스쿨에서 훈련받고 한 게 아니에요. 감독이 짜고 치는 합 없이 현장 상황에 맞게 가자고 해서 그야말로 맨주먹 싸움을 벌인 거죠. 주지훈에게 넥타이를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얼마나 세게 당겼는지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오케이 사인이 나고 넥타이를 푸는데 풀어지지가 않더라고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옥 같은 난장판을 벌이는 ‘아수라’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꼭 폭행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의 숨어있는 폭력이 더 무서운 거 같아요. 안 그런 척하면서 은근히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한도경의 극중 연령인 40대가 사회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통쾌하게 해소하는 영화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고 소개했다.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것 자체가 좋은 거죠.”

전반적으로 어둡게 전개되는 영화는 중간에 지루한 면도 있다. 흥행은 어떨까. 정우성은 “에이, 예매율(26일 현재 65% 선)이 장난 아니던데 무슨 걱정이냐. 관객들을 믿는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