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악의 고리’… 조폭·검사·재벌·언론에서 이제는 지자체장까지 등장

입력 2016-09-27 18:28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실감나게 담은 영화일수록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는다. 1980년대를 다룬 영화에서 악의 중심 세력은 주로 조직폭력배였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는 부산 최대 조직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의 밀착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찰과 기업의 유착 관계도 영화의 단골 소재다. ‘부당거래’(2010)는 수사권을 둘러싸고 경찰(황정민)과 검찰(류승범)의 갈등이 전개되는 가운데 권력에 빌붙은 부동산 재벌의 비리를 다뤘다. ‘베테랑’(2015)은 검찰과 연결돼 있는 안하무인 재벌 3세의 악행을 ‘죄와 벌’의 메시지와 함께 통쾌한 액션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재계와 검은손의 결탁을 그린 ‘기술자들’(2014)은 오락영화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재벌의 비리를 악으로 규정했다. 검찰과 재벌은 물론이고 정치권, 언론계, 조직폭력까지 연루된 ‘내부자들’(2015)은 우리 사회 비리의 온상이 총결집된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5)에서는 악을 일삼는 재벌 부인의 전횡이 그려졌다.

‘아수라’(사진)에 등장하는 검찰, 형사, 시장 모두 죄질이 나쁜 사람들이지만 최강의 악인은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다. 권력을 이용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 인물이다. 김성수 감독은 “정치권력에 눈이 어두워 물불 가리지 않는 시장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악한 권력층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