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시민 희생 느는데… 美-러 ‘네탓 공방’

입력 2016-09-26 18:19
시리아 알레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차별적인 공중 폭격으로 한 시민이 25일(현지시간) 다리를 다쳐 알레포의 한 병원 1층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진은 시리아 민방위 단체인 ‘화이트 헬멧’이 공개한 것이다. AP뉴시스

“평화 대신 전쟁을, 반테러 행위 대신 야만적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시리아군의 알레포 공습을 지원하는 러시아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워 대사는 “러시아와 알아사드 정권이 구호대와 병원을 폭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9일 시리아 임시휴전을 발표하면서 12일부터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9일 구호차량이 공습을 받으면서 휴전 합의가 파기됐다. 22일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 탈환 작전 재개를 선언하고 동부 지역에 폭탄을 퍼붓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책임 공방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서로 상대방이 휴전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반군에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고 있다”며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조치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시리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지금으로선 거의 불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긴급회의를 요청한 유엔 주재 미국·영국·프랑스 대사는 시리아대사가 발언하려 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알자지라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발표를 인용해 휴전이 파기된 지난주부터 시리아군의 알레포 탈환 작전으로 최소 23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안보리 긴급회의 중에만 민간인 6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과 엘리엇 엥겔 외교위 간사(민주당)는 시리아 정권을 추가 제재할 새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국민이 시리아 관련 금융·상거래를 못하게 한 것에 더해 에너지 산업을 추가 규제하고 통신·운송업에서 시리아 정권과 협력하면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강경한 내용이 담겼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