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난임치료 시술기관이 정부의 지원대상 확대에 앞서 기습적으로 시술비용을 인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년 10월 난임시술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병원 측의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0대 주부 이민아(가명)씨는 정부의 난임치료 지원확대 소식에 이달 중순 서울 A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이씨는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당 병원의 시술비가 지난달부터 50만원 정도 인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병원 측에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시술비 인상분이 크지 않으며, 수가 인상은 영업비밀이라 환자 고지 의무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회 시술비가 700만원에 육박하는데, 환자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시술비를 50만원이나 인상하는 병원 측의 태도가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인터넷 카페에는 A병원이 지난달 갑자기 시술비를 50만~100만원 정도 인상했다고 성토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부 병원이 내년 난임시술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꼼수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병원 측이 자의적으로 시술비를 인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무기관인 복지부는 난임시술 기관의 ‘시술비 꼼수’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에게 “난임시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술비 단속은 별도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복지부는 국내 난임시술 기관의 시술비용 총액도 기관 및 환자의 시술확인서를 통해서만 확인했고, 이를 기초로 지원금 확대 규모를 확정했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모자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난임시술 의료비와 시술기관의 배아관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지만, 관련 시스템 구축은 내년 상반기에 완료된다고 밝혔다. 결국 난임부부들은 내년 초까지 시술기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깜깜이 시술’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기 의원은 “난임시술 기관의 꼼수 인상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는 등 현장은 난리인데도 복지부는 현장조사 한 번 안 했다”며 “서류만 보고 지원금을 결정하는 등 정책의 졸속 시행을 인정하고, 고통받는 난임부부를 위한 행정지도 등 모든 조치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내년 난임시술 건보적용 앞두고 일부 병원 시술비 기습 인상
입력 2016-09-27 00:00 수정 2016-09-27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