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때 태평양 건넌 소년, 한국골프 에이스 되다

입력 2016-09-26 18:29 수정 2016-09-26 21:23
김시우가 2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 18번 홀에서 칩인 버디에 성공한 후 양손을 번쩍 들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시우(21·CJ오쇼핑)는 어린 시절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불과 6살때 골프에 입문해 강원도 속초 교동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고교에 진학해선 곧바로 국가대표가 됐다. 당연히 몇해 지나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큰 물에서 놀기’를 꿈꿨다. “이왕 골프를 시작했으니 후회없이 해보겠다”며 2012년 17살의 나이에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떠났다.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소년 티를 벗지 못한 김시우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고들 했다.

그러나 김시우는 보란 듯이 이런 비난을 잠재웠다. 그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당시 김시우는 예선을 거쳐 6라운드로 치러지는 파이널 진출에 성공한 뒤 공동 20위로 합격증을 받았다. 2001년 미국의 타이 트라이언이 수립했던 역대 최연소 합격 기록을 1개월가량 앞당긴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불운이 시작됐다.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PGA 투어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힌 것이었다. 간간히 투어에 초청될 뿐,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8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7번 컷 탈락했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부터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제도가 폐지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그래서 김시우는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를 시작했다. 눈물젖은 빵이었다. 미국 시골을 헤매다 티샷시간에 맞추기 위해 끼니를 거르기가 다반사였다. 많이 먹어야 할 10대 후반에 몸무게가 7㎏나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7월 웹닷컴 투어 스톤브래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상금랭킹 25위 이내에 들어 올 시즌 PGA 투어 풀시드 획득에 성공했다.

PGA 투어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지난달 윈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1언더파 259타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미국 무대 진출 4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에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한 5번째 한국인 선수였다.

그리고 2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 골프클럽(파70·7385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플레이오프 투어 챔피언십을 통해 김시우는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에서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김시우는 이 대회에서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투어 챔피언십은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최후 30인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다. 김시우는 이 대회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인 선수다. 그는 이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페덱스 랭킹을 17위로 끌어올렸다.

대회에 걸려있던 우승 상금과 페덱스컵 1위에게 주어지는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의 ‘잭팟’을 터트린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였다.

매킬로이는 이 대회에서 연장 4차전을 벌인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투어 챔피언십 우승 상금 153만 달러를 비롯해 페덱스컵 1위에게 주어지는 우승 보너스 1000만 달러를 받았다. 매킬로이는 도이치뱅크 챔피언십 우승 상금(153만 달러)까지 더해 플레이오프에서만 모두 1306만 달러를 따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