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당분간 안보·경제 위기 극복에 중점을 둔 국정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미 최근 주재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보여준 것처럼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을 위한 정치에 신발 끈을 조이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여러 개혁과 민생, 경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입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하자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 건의는 이미 야당의 ‘정치공세’이자 ‘정쟁의 산물’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거듭 드러냈다. 이 때문에 헌정 사상 첫 장관 해임 건의 거부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이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절차라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해임 건의 거부 역시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지켜온 이른바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야권은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스스로 세운 원칙에만 너무 얽매여 정치의 묘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설득과 소통 노력을 하지 않아 오히려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집’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야당의 협력은 20대 국회 들어서도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과 김 장관 해임 건의 사태에서 드러났듯 정치권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은 ‘정쟁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국회’이고, 야당은 박 대통령에 대해 ‘소통 절벽’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앞으로도 서로에 대한 비판만 재확인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오전 청와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조회를 실시해 정확한 국정 방향 설정, 창조적 업무자세, 목표 공유 등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 자리에서 “기러기가 멀리 갈 수 있는 것은 함께 날아가기 때문이다. 대장 기러기는 방향을 정하고 앞장서 나가고, 뒤에서는 응원의 소리를 내면서 힘을 보탠다”며 청와대 직원들이 박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 마무리를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또 “마라톤도 30∼35㎞ 지점이 가장 힘든 것처럼 우리 정부도 이런 시점을 지나가고 있다”며 “시계보다 나침반을 보자. 빨리 가는 것보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박 대통령이 장·차관 워크숍을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의 연장선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의 원칙? 아집?… 20대 국회서도 머나먼 협치
입력 2016-09-26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