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던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가 강만수(71·사진) 전 산업은행장 신병확보 단계에서 일격을 당했다. 지난 6월 수사 착수 이래 석 달여간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강 전 행장이 처음이다. 대우조선 경영비리를 넘어 7조원대 공적자금을 투입받고도 자본완전잠식 상태에 허덕이게 된 부실화의 연원을 쫓는 작업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의 범죄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키로 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5일 “대우조선의 부실 원인과 책임자 규명은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보완 및 추가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을 “권한을 이용한 지속적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으로 규정했다. 구속 수사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읽힌다.
검찰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알선수재,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24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대우조선 수사 초반에 회계 조작 등 내부 경영 비리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으며, 그 다음 단계로 ‘주인 없는 회사’ 대우조선을 좌지우지했던 외부인사들의 책임 소재를 파헤치는 중이다. 검찰로서는 그 첫 관문인 강 전 행장의 신병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이 현 대우조선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는 걸 이미 확인했다. 산업은행·대우조선 직원 등 참고인 진술을 모두 확보했고, 객관적 증거도 충분한 상태”라며 영장 기각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산업은행이 2011년 대우조선에 대해 사실상의 감사인 경영컨설팅을 벌여 남상태(66·구속 기소) 전 사장 등의 비리를 적발하고도 강 전 행장이 지인 회사 투자 등을 요구하면서 묵인한 탓에 대우조선 부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강 전 행장 구속 이후 박수환(58·구속 기소)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매개로 한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 등 비호 인사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이명박정부 시절의 유력 인사들까지 거론되는 휘발성 강한 이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들어간 혐의를 보강하는 동시에 강 전 행장이 주류 수입업체의 ‘관세 분쟁’에 개입해 조세 당국에 압력을 넣은 의혹, 대우조선에 이른바 ‘낙하산 고문’을 내려 보낸 의혹 등의 입증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추가 비리 정황에 대한 수사도 앞당겨 진행한 뒤 범죄 혐의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1차 구속영장 기각이 결과적으로 강 전 행장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도 일종의 기세 싸움”이라며 “남은 피의자나 참고인 조사를 감안해서라도 검찰이 강 전 행장을 구속시킨 뒤 다음 단계로 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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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3개월 순항 ‘대우조선 수사’ 강만수에 막혀 주춤
입력 2016-09-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