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도둑이 집주인에게 몽둥이 들고 덤비는 격”더민주 “장관들까지 끌어들여 집권당 졸개 만들어”

입력 2016-09-26 00:01 수정 2016-09-26 04:39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뒷줄은 지상욱 의원.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구성찬 기자
새누리당은 주말 내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강력 반발하며 ‘거대 야당의 횡포’ 프레임 부각에 집중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형사고발키로 하고 의사일정 전면 중단 등의 초강수 대야투쟁 방침도 거듭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 등 지뢰밭이 산적한 만큼 해임건의안 정국을 정면 돌파해 ‘거야(巨野)’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25일 원내부대표단 회의, 최고위원회의 등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며 대야 총공세에 나섰다. 이정현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에 대해 “도둑이 집주인에게 몽둥이 들고 덤비는 것과 같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김 장관에 대한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이혼한 어머니의 가정사를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아무리 정권이 욕심나고 ‘대권병’에 환장한 사람들도 금도라는 게 있다”며 거친 말도 쏟아냈다.

이 대표는 특히 야당의 행태를 “대통령을 무너뜨리고 레임덕을 초래해서 국정을 혼란시키려는 야당의 대선전략”이라고 규정하고,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전략 2중대 노릇을 했다”고 질타했다. 야당이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등을 요구한 것을 지목해 “해임이면 해임만 갖고 애기해야지 물밑으로 거래를 요청했다. 더러운 거래”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 사퇴 압박도 거듭됐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무늬만 무소속 옷을 입은 더민주 대리인이고 행동대장”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의장’ 호칭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며 이날 의장을 ‘정 의원’이라고 불렀다.

당 지도부는 의사일정 변경의 불법성도 거듭 항변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진석 원내대표는 23일 본회의장에서 자리 한번 안 뜨고 있었다. ‘정 의원’은 차수변경하자고 말 한번 한 적이 없다”며 “(교섭단체 협의를 거쳤다는 의장실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성토했다.

새누리당은 오후 10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로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의 정면대응은 정기국회 주도권 다툼을 위한 ‘기싸움’ 성격이 짙다. 이번에 밀리면 향후 국정 주도권은 완전히 야당에 뺏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거부키로 결정한 만큼 강공 투쟁 외에 다른 방법도 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 우 수석 해임 등에 대한 시선이 분산되는 반사이익을 노리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