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야권 공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번 해임건의안 거부는 1987년 개헌 이후 국회에서 가결된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은 첫 사례다. 박 대통령은 전례가 없는 초강수를 통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입법부를 장악한 야권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방침을 강력히 비판했다. 해임건의안으로 촉발된 거대 야권과 청와대·여당의 정면충돌로 정국은 난장판이 됐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점, 더구나 새누리당에서 이번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박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임건의안은 국회를 장악한 야권의 박근혜정부 흔들기”라며 “박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김 장관의 자진사퇴도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해임건의안 자체가 말 그대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것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87년 개헌 이후 해임건의안이 통과돼 물러났던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김대중정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노무현정부)은 장관 업무를 6∼7개월 하다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어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던 것”이라며 “김재수 장관은 장관직을 맡은 지 한 달도 안 됐고 직무 수행과 상관없는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예전과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 장관은 인사검증 문제, 본인의 능력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자신이 ‘흙수저’여서 공격당했다며 보복을 언급했던 인사”라며 “불통과 오만으로 가득 찬 모습을 또다시 드러낸 박근혜정부는 국민적 공분을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그를 무시하고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에게 질의키로 했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장관은 국민 여론상 이미 장관직에서 해임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감을 비롯한 향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당의 국감 보이콧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여야를 향해 경주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안전 문제, 북핵 문제 등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현안을 뒤로한 채 정쟁(政爭)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의 전면전이 일시적 감정싸움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입법부(국회)를 장악한 야권과 행정부를 차지한 여권 간의 양보 없는 충돌이기 때문이다.
하윤해 강준구 기자 justice@kmib.co.kr
朴‘해임 거부’… 巨野와 대충돌
입력 2016-09-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