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스윙스테이트(경합지역)’였던 충청권에 가장 많은 지역 건설공약을 내놨지만 정작 공약 이행은 영남·수도권 위주로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남의 경우 공약 진행률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25일 박 대통령의 지역 건설공약 51개를 분석한 결과 충청권 공약 18개 가운데 14건(77.7%)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호남의 경우 10개 공약 중 5건(50%)만 추진되고 있었다. 이는 영남과 수도권의 100% 공약 진행률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안 의원실에 충청권 공약 18건 중 16건(88.9%), 호남은 10건 중 9건(90%)이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안 의원실 분석 결과 ‘진행 중’ 보고 공약 가운데 충청 2건, 호남 4건이 예산과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아 완료 가능성이 늦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영남 9건, 수도권 11건, 강원도 2건, 제주도 1건 등 타 지역 공약은 예산 확보방안이나 사업추진 계획이 명확했다.
영남권 공약은 경제성 여부 판단 전 예산부터 편성해놨지만 호남·충청권 공약은 예산을 편성치 않거나 추정치조차 써놓지 않았다. 경북의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사업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2017년 예산에 사업비 170억원이 미리 반영됐다. 같은 기간 똑같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광주의 순천·광주송정 전철화사업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충남의 보령·울진 고속도로사업은 사업개요에 예산 총액 추정치조차 미정으로 남아 있었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업 중단 이유를 지방자치단체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국토부는 광주 생태하천복원사업에 대해 광주시에 사업계획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안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는 계획상 총 사업비를 최초 2조3000억원에서 최근 1140억원으로 20분의 1 이하로 축소해 놓고 지자체 탓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의 부전·마산 복선전철 사업은 당초 국비 606억원을 편성할 것으로 계획됐으나 현재 1027억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포퓰리즘 공약 자체가 문제란 지적이 나왔다. 광주·대구 철도, 한려대교, 부창대교, 청주국제공항 확장 등은 이미 편익비용비율(B/C)이 기준치 1에 못 미치는 0.4 이하를 기록해 사업성이 적다고 평가됐지만 대선공약으로 채택됐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단독] “급할 땐 충청·호남 찾더니 집권 후 수도권·영남 챙겨”
입력 2016-09-2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