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사사로운 일에 시간할애 안해”…‘의혹’ 관련 우회언급

입력 2016-09-26 00:05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25일 광화문광장에서 본 청와대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한시도 개인적인 사사로운 일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역사적 책무를 다해왔다는 취지에서 나온 언급이다.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야권이 연일 제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언급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취임 당시 국민들께 드렸던 약속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국민 삶을 더 편하게 만들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선물하는 게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선 가요 ‘달리기’와 ‘버터플라이’를 최근 즐겨 듣는 애청곡이라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애청곡을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달리기’에 대해선 “입술도 바짝바짝 마르고 힘들지만 이미 시작했는데 중간에 그만둔다고 할 수 없고 끝까지 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버터플라이’는 영화 ‘국가대표’ 주제곡이라고 한 뒤 “감춰진 날개를 활짝 펴자는 노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차관들에게 “결심을 다지기 위해 더 달려야 한다.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뛰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만찬에선 ‘비행기’(비전을 갖고 행하면 기적을 이룬다)를 “공직사회에서 유행하는 건배사”라고 소개한 뒤 “오늘 비전 실천과 노력을 공유했기 때문에 더욱 일이 잘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만찬에서 각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김영란법을 거론하면서 “법 시행 이후 내수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관들에게 “골프 치시라고 했는데, 왜 안 치시나. 내수진작 차원에서 치시라”고 독려했다. 장관들은 “자비로 골프를 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또 미켈란젤로가 4년 동안 사다리에 올라가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천지창조’를 그린 사례를 들면서 자신감을 당부했다. 오후 2시 시작된 워크숍은 4시간가량 이어졌고 만찬도 2시간 넘게 계속됐다. 워크숍과 만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장·차관, 처장, 청장, 청와대 수석 등 정부 고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