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컨슈머리포트-고추장] 매콤한 감칠 맛 신송, 수입재료 약점에도 ‘달콤한 1위’
입력 2016-09-26 18:47
요즘 배춧값이 크게 올라 김치가 귀하신 몸이 됐다. ‘금치’ 대신 햄이나 참치에 호박 감자 등 채소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한 찌개를 끓여보자. 큰돈 들이지 않고 가을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추장찌개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고추장이다. 간장이나 된장처럼 고추장도 집에서 담그는 가정은 많지 않다. 국민컨슈머리포는 가을 식탁의 별미 재료가 되어줄 시판 고추장의 맛을 비교평가해보기로 했다.
시판 고추장 제품 다양해
전통국간장이나 된장에 비해 고추장은 훨씬 다양한 종류가 시판되고 있다. 이번 평가에선 매실 등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고추장을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우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고추장 브랜드를 알아보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살펴봤다. 시장정보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시장점유율 1위는 CJ제일제당의 해찬들(50.1%), 2위는 대상의 청정원(34.1%)이었다. 두 브랜드가 고추장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3위는 사조의 해표(8.3%), 4위는 진미(2.8%), 5위는 신송식품(0.9%)이었다.
해찬들과 청정원에서는 5∼10가지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고추장을 시판하고 있다. 다른 브랜들도 두 가지 이상을 생산·판매하고 있어 각사 마케팅팀에게서 평가 대상 고추장을 추천받았다. 해찬들은 ‘모든 원재료가 100% 국산고추장’(1㎏·1만9800원), 청정원은 ‘우리쌀로 만든 100% 국산고추장’(1㎏·1만9690원)을 각각 추천했다. 이어 해표는 ‘순창궁 태양초 100%우리햅쌀고추장’(1㎏·1만3000원), 진미는 ‘프리미엄 오곡찹쌀 고추장’(1㎏·9900원), 신송식품은 ‘짠맛을 줄인 건강한 고추장’(1㎏·1만800원)을 베스트 제품으로 알려왔다. 진미고추장은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나머지 제품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구입했다(가격은 구입처 기준).
빛깔 향 풍미 등을 기준으로 상대평가
시판 고추장 평가는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화 H&R 부문 63 뷔페 ‘파빌리온’에서 진행했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의 개점으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63 빌딩 지하에 위치한 파빌리온은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각 코너별로 전문 레스토랑 수준의 프리미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가족 동반 손님을 위해 최근 이유식과 유기농 치즈 쿠키를 제공하는 키즈 코너도 마련했다.
평가는 파빌리온의 한식담당 셰프들이 맡았다. 나익수 한식팀장을 비롯해 김미정·이동호·전대중·김준혁 셰프가 고추장의 맛을 비교 평가했다.
고추장은 빛깔, 점도와 질감, 향, 풍미 4가지 항목을 평가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원재료를 공개한 뒤 이에 대해 평가했다. 가격을 알려 준 다음 최종평가를 실시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됐다.
1∼5 번호표가 붙은 5개의 투명한 유리컵에 고추장을 담아 평가자들에게 내놨다. 셰프들은 하얀 접시에 5가지 고추장을 각각 덜아내면서 빛깔과 점도를 먼저 살폈다. 모두 붉은색이었지만 채도가 조금씩 달랐다. 또 스푼으로 떠서 접시에 옮겨 담을 때 떨어지는 모양새가 제각각으로 점도도 차이가 났다. 셰프들은 조금씩 덜어낸 것으로는 충분치 않은지 컵에 직접 코를 대고 벌름벌름 냄새를 맡으면서 비교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맛을 봤다.
수입산 재료 신송 고추장 감칠맛으로 1위
이번 고추장 평가에서는 1차 종합평가에서 3개 제품이 동점을 기록하는 등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았다. 단 1등을 차지한 신송 고추장은 뛰어난 맛으로 차별화됐다. 하지만 원재료가 수입산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평점은 5.0 만점(이하 동일)에 3.5점. 이 회사의 기존 고추장보다 나트륨 함량을 17% 낮췄다는 신송 고추장은 빛깔(4.2점), 점도 및 질감(4.6점), 풍미(4.3점)에서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4.2점)에서도 1위를 했다. 하지만 원재료 평가에서 최저점(1.2점)을 받았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쌀이 아닌 소맥분, 그것도 수입산(미국산 호주산)을 썼고, 고춧가루의 74%를 중국산으로 썼다. 또 야채추출물 등 첨가물이 많은 점도 마이너스였다. 원재료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 때보다 점수가 깎이긴 했지만 최종평가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나익수 셰프는 “수입재료를 썼고 첨가물도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풍미와 향 등을 고려할 때 1번에 최고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격은 두 번째로 저렴했다.
국산 재료 고추장 맛은 못 살려
2위는 최종평점 3.1점 동점을 받은 해찬들과 청정원 고추장이었다. 시장 점유율 1,2를 점유하고 있는 이 두 브랜드는 대중적인 제품보다는 100% 국내산 재료로 쓴 제품을 추천했다. 그 결과 원재료 평가에선 1,2위를 차지했다. 고춧가루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찬들은 4.1점, 청정원은 4.0점을 받았다. 그러나 1차 종합평가(2.6점·동률 3위)에서 신통치 않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1위로 치고 올라가지는 못했다. 청정원 고추장은 향(3.8점) 항목에서는 최고점을 받았으나 다른 제품들에 비해 묽어 점도 및 질감 항목에선 최저점(1.8점)을 기록했다. 전대중 셰프는 “대체로 무난하며 가장 기본적인 고추장”이라고 평했다. 해찬들 고추장은 풍미(2.5점)에서는 최저점을 받았으나 빛깔(3.2), 질감(3.0) 등에서 2위권을 유지했다. 원재료 평가에서 1위를 했으나 이번 평가 대상 중 최고가로 최저가 제품보다 배나 비싼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서 2위에 머물렀다. 김미정 셰프는 “4번(해찬들) 고추장은 집에서 담근 것처럼 깔끔한 맛이지만 좀 밋밋해서 아쉽다”라고 평가했다.
4위는 종합평점 2.7점을 받은 진미 고추장이 차지했다. 빛깔(1.6점)에서 최저점을 받았으나 향(3.0점), 풍미(3.0점) 항목에서 2위권을 유지하면서 1차 종합평가에서 동률 3위에 올랐다. 전재료가 국산인 이 제품은 원재료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최종평가에서도 새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동호 셰프는 “원재료는 좋지만 끝맛이 텁텁하다”고 지적했다.
해표 고추장이 5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 2.6점. 각 항목 평가에서 중간 점수대를 유지하면서 1차 종합평가에선 2위였다. 하지만 원재료 평가에서 중국산 고추양념을 쓴 이 고추장은 1.9점으로 4위로 떨어졌고, 가격도 진미 고추장보다 비싸서인지 최종평가에서는 한 단계 더 내려갔다. 나익수 팀장은 “5번 제품(해표 고추장)은 고추장 본연의 맛보다 첨가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면서 특히 쌈장 느낌이 난다고 평했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